사회적 동물 개들이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입력 2021-05-13 19:57

미국의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는 친구가 맡긴 미샤라는 이름의 시베리안 허스키를 돌보게 되면서 개들에 대한 관찰을 시작한다. ‘개들은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할까’라는 궁금증에 사로잡혀 미샤의 외출을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개들에 대한 그의 관찰은 30년 넘게 이어졌다. 그의 인류학적 관찰을 문학적 구성과 필체로 우아하게 써낸 책이 ‘개들과 함께한 10만 시간’이다.

책의 주인공은 11마리 개들이다. 모두 작가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낸 개들이다. 5마리는 작가의 집에서 태어났고 10마리는 자연적인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 살았다.

사랑하는 마샤가 집을 떠나자 몇 주 동안 창문 밖을 바라보며 그를 기다리던 마리아, 짝인 빙고가 죽자 1년 내내 괴로워하다가 따라 죽은 바이올렛, 죽은 개를 화장하고 들어온 저녁에 작가의 몸 냄새를 맡고 밤새 울음소리를 내던 비바와 파티마, 자신의 삶이 끝났음을 알고 숲속으로 사라져버린 파티마….

작가는 개가 의식과 감정을 가진 존재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출산과 육아, 사랑과 질투, 서열과 공동체, 노화와 죽음 등 인간이 겪는 일들을 그들 또한 겪어나가고 있음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개를 버리라고 압박한다면 “그 인간을 차버리고 개와 함께 사세요”라고 조언한다는 작가는 ‘개들이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는다. 이 대목이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작가는 개를 한두 마리 집에서 기르는 게 일반적인 현재의 반려문화 속에서 개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작가의 집에는 늘 6∼8마리 개가 있었는데 그들을 관찰하면서 개는 무리에 속하려 하며 서로를 원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무리와 서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 지나친 훈련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개들이 원한다는 걸 이 책은 보여준다. ‘개들의 삶이 인간에게 너무 강력히 속박된다면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