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누리는 대표적인 업종이 골프장이다. 골프 대중화와 코로나19 확산으로 동남아 골프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골프장들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은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으면서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대중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요 급증을 틈타 골프장 이용료(그린피)를 올리면서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골프 대중화를 위한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나홀로 웃는 골프장
지난해 군 골프장 등을 제외한 전국 골프장의 이용객 수는 4673만명으로 1년 전보다 12.1%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골프장 이용객이 늘면서 골프장 수익률도 대폭 개선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국내 골프장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1.6%였다. 특히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40.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5%였인 점을 감안하면 대중제 골프장은 평균 대비 8배 가까운 수익을 챙긴 셈이다.
골프장의 호황은 코로나19로 야외 스포츠가 제한되면서 4인 이하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가 대안으로 자리잡은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해외 골프여행 수요가 국내로 몰렸고, 2030 젊은 골프 인구가 증가한 것도 골프장의 ‘나홀로 호황’의 한 이유다.
세금 혜택만 누리는 퍼블릭 골프장
지난해 골프 수요가 늘면서 골프장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 주중 이용료는 19.0% 급증했다. 이는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대상 주중 이용료 상승률(7.4%)의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이용료는 물론이고 카트피와 캐디피 역시 비슷한 시기에 10~20% 올렸다. 가격을 올려도 손님이 몰리니 안 올릴 이유가 없다. 비수도권 대중제 골프장 모 대표는 14일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한 이치”라면서 “더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는 심정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제 골프장만큼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대중제 골프장이 서비스 개선보다 가격 인상에 치중하면서 골프 소비자들의 후생은 크게 떨어졌다. 한 주말골퍼는 “자주 가는 수도권 골프장의 식사 포함 패키지요금이 4인 기준 150만원까지 올랐다”면서 “비싼 식사를 ‘끼워팔기’ 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중제 골프장 이용자는 “충청권 모 골프장은 지난해 그린피는 4만~5만원, 카트피 1만원, 캐디피 1만원을 올렸다”면서 “4인 기준 20만원 넘게 오른 셈”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지역별로 대중제 골프장이 이용료를 비슷한 시기에 인상한 것은 담합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관련 협회 등의 주도로 담합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될 경우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너만 배불리는 ‘부자감세’ 재검토해야
대중제 골프장 호황의 이면에는 세금 감면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대중제 골프장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이다. 정부는 현재 대중제 골프장 이용객 1인당 정액으로 1만2000원의 개소세를 감면해준다. 여기에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각 3600원과 부가세 1920원을 더하면 1인당 세금 감면액은 2만1120원이나 된다.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의 세금 감면액은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재산세율 역시 다르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모집 혜택을 주는 대신 높은 재산세율(4%)을 부과하고 개소세 감면 혜택도 없다. 반면 대중제는 0.2~0.4%의 낮은 재산세율과 개별소비세 100%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런 세금 감면 혜택에 손님까지 몰리니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 부럽지 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세금 감면 ‘당근’에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15년 기준 대중제 265개, 회원제 219개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 기준 대중제는 344개로 대폭 늘어난 반면 회원제는 158개로 줄었다. 대중제로 전환하면 세금이 대폭 감면되면서 영업이익률이 치솟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대중제 골프장이 골프 대중화에는 관심이 없고 오너들 배불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면서 “개소세 혜택은 대표적 ‘부자감세’로 차라리 그 돈으로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회원제와 이용가격 차이도 거의 없는 만큼 대중제 골프장을 개소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올 8월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담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소세 감면의 경우 세법상 일몰기한도 없다”며 “현재로선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