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책 ‘무라카미 T’(비채·사진)가 나왔다. 이번엔 티셔츠 얘기다. 지난해 3월까지 1년 반 동안 일본 잡지 ‘뽀빠이’에 연재한 글들이다. “여름에는 오로지 티셔츠죠. 그 외에 입을 옷이 없을 정도로. 가끔 알로하셔츠도 입긴 하지만, 거의 티셔츠에 반바지.”
슈트 차림의 하루키는 낯설다. 그는 어디서나 티셔츠 차림이다. 하루키는 골프도 안 친다. 마라톤을 하고 야구를 본다. 비싼 시계나 자동차에도 관심이 없다. 대신 음반을 사 모으고, 맥주나 위스키를 마신다.
하루키는 마라톤 음악 위스키 여행 등을 주제로 에세이집을 발표해 왔다. 오랫동안 사랑해온 것들을 소재로 한 하루키의 에세이는 그의 소설만큼이나 사랑받고 있다. 하루키가 티셔츠를 얘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티셔츠를 수집해온 것은 아니다. 싸고 예뻐서 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기념 삼아 사고 마라톤 대회에서 받고, 책 홍보용으로 제작된 것들을 받다 보니 어느새 집에 쌓였다고 한다.
하루키는 집에 있는 티셔츠들을 꺼내놓고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들려준다. 70대 노작가의 티셔츠 예찬론인 셈인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나이가 들었어도 가장 스타일리시한 작가라는 점을 입증한다.
하루키는 책머리에 “마음에 들어 하는 낡은 티셔츠를 펼쳐놓은 뒤 사진을 찍고 거기에 관해 짧은 글을 쓴 것뿐이어서, 이런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이 사소한 컬렉션을 그런대로 즐겨주었으면 한다”고 썼다. 하루키의 에세이에는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많은 경험을 한, 나이는 꽤 있지만 지루하지 않은 아저씨 한 명이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