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논란이 된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요구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세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야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20분쯤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4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서가 기한 내 도착하지 않으면 15일부터 세 후보자 임명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전날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세 후보자를 일일이 언급하며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 요청에 따라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기한을 더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주 내에는 세 후보자 관련 논의가 끝나야 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14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장관 후보자 거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나흘간의 여유가 생긴 만큼 최대한 야당 설득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여당이 단독처리를 못 할 상황은 아니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야당 협치를 끌어내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억지부리는 게 아니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두 차례 회동해 인사 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김 원내대표는 “재보선을 통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이 드러났다”며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통 크게 야당을 배려하고 여러 관심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장관 후보자 인사와 국무총리 인준안을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원내대표는 “다른 장관 문제에 연계하지 말고 통 크게 총리 인준 절차를 마무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임혜숙·박준영 장관 후보자 임명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외유성 출장 의혹이 제기된 임 후보는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박 후보자의 경우 부인이 직위를 이용한 밀수 의혹 행위를 저지른 것이 명확하다”며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압박했다. 다만 김 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선 “후보자에 결격 사유는 없다고 보지만 민주당이 집권당의 위상에 맞게 적극적인 정치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임혜숙, 박준영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며 “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에게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문 대통령은 이에 합당한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국회 합의 없이 세 명의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현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의 숫자는 32명으로 늘어난다.
오주환 박세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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