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투기까지… 치솟는 철광석값, 자동차·조선 어쩌나

입력 2021-05-12 00:04

철광석 가격이 끝을 모르고 치솟으며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에 국내 영세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커지자 정부와 철강업계가 시장상황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철강협회 주재로 11일 열린 수급동향 점검회의에는 정부를 비롯해 협회 회원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철강 제품별 수급 상황과 전망 등을 점검하고,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3일에는 기계, 조선, 기자재 등 수요 업체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중국 칭다오항 기준 철광석 수입가격(CFR)은 t당 230.56달러(약 25만8000원)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 t당 88.61달러(약 9만9000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수요가 증가한 데다 중국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생산 감축이 맞물린 결과다. 중국 정부는 최근 철강업계에 오는 6월부터 생산량 감축을 시작할 것을 지시하며 철강 생산 통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과 세계 1위 철광석 생산국인 호주의 관계가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철광석 수입의 60%를 의존하고 있는 호주와 최근 전략 경제대화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런 움직임이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 관계자들은 투기적 거래가 철광석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러 상황이 얽히면서 자동차·가전 등의 소재로 쓰이는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선박을 만들 때 쓰는 후판 등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모두 t당 100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영세 제조업체들의 어려움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철강분야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글 작성자는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철자재 가격이 70% 이상 인상됐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철강업계 제조업의 희망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철강업계가 머리를 맞댔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높은 철광석과 철강재 가격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데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최대치로 생산을 진행하고 있어 생산량을 단기간에 올리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로 돌리는 등 방안을 강구하곤 있지만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