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담대한 회복, 더 평등한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심화된 불평등 척결을 선결과제로 제시하며, 이를 위해 구상한 ‘정세균표’ 정책들을 공개했다. 부동산 문제의 책임을 묻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의 발언에는 “지방자치단체장도 책임이 있다”고 응수하며, 여권 내 1위 주자와의 미묘한 신경전도 이어갔다.
정 전 총리는 1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광화문포럼 공개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광화문포럼은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주축인 모임이다. 행사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여당 의원 60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정 전 총리의 여의도 방문은 총리직 퇴임 이후 처음이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는 한국사회에 불평등이라는 상처를 남겼다”며 “국민의 적, 불평등의 축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뒤따랐다. 그는 ‘국민 능력개발 지원금’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국민 1인당 평생 2000만원, 연간 최대 500만원을 직업훈련비용으로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앞서 모든 신생아에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미래씨앗통장’ 제도에 이은 현금복지 성격의 정책이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모두 현금복지 정책을 들고나오면서 재원 마련을 둘러싼 논의가 경선 레이스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손실보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재정은 국민을 위해 쓰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부동산 문제 책임론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직전 총리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면서도 “아마 지자체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 관료들의 저항으로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것이란 이 지사의 지적에 지자체의 책임을 묻는 식으로 응수한 것이다. 정 전 총리는 퇴임 직후부터 여권 내 1위 대선 주자인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스마일맨’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온화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대선 주자로서 강인한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다만 내달 대선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 정 전 총리의 최대 과제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다. 정 전 총리는 퇴임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복안이 있냐는 질문에 “알면 벌써 했을 것”이라며 “누가 먼저 출발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골인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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