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원조 도시의 일침… “선진국, 백신관광 멈추라”

입력 2021-05-12 04:02

“백신 이기주의가 판치는 곳에 포스트 코로나는 올 수 없습니다. 백신 개발국들은 하루빨리 백신 곳간을 풀고 빗장을 열어야 합니다.”

이재준(사진) 고양시장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이용해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선진국의 ‘백신관광’ 문제점을 지적하며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은 최근 ‘백신을 접종해준다. 안전한 뉴욕으로 오라’며 코로나 백신 관광에 본격 뛰어들 계획을 밝히면서 센트럴파크 등 주요 명소에 이동식 백신 접종소를 설치했다. 관광객이 원하기만 하면 백신을 놔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알래스카주는 주요 4개 공항에서 관광객에게 백신을 무료 접종하겠다며 백신 관광의 포문을 열었다. 댈러스·로스엔젤레스 등에 백신을 맞으려는 해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세르비아·몰디브 등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국가들도 줄줄이 ‘백신 접종’을 미끼로 관광객 유치를 시작했다.

이 시장은 “지난 1일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전 세계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었고, 코로나19로 하루에 4000명이나 사망한다”며 “최근 인도에서 급히 귀국한 교민들은 인도 전역이 아비규환 상태라며 입을 모아 말한다. 한쪽에선 백신 잔치가, 지구 반대편에선 백신 사막에서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백신 수급을 위해 미국, 독일 등 강대국의 백신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미 6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미국이 백신 효과를 보강하는 이른바 3번째 ‘부스터 샷’ 백신을 공급할 예정인 가운데 백신 수출 규제를 풀지 않고 3차 접종을 이유로 곳간을 걸어 잠그면 세계 대부분 국가의 백신 수급은 더욱 악화된다”며 “백신의 대량 생산을 위한 지식재산권 면제도 미국이 지지 입장으로 선회해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이 혁신 보호란 명분 아래 반대 입장을 내며 백신 이기주의에 돌입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 시장은 “자국민 우선 보호라는 취지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곳간과 빗장을 걸어 잠그고 넘치는 백신을 이용해 인류를 상대로 장사를 벌이는 추태는 강대국이 보일 모습이 아니다”라며 “선진국들은 즉각 백신 관광과 3차 부스터샷 정책을 철회하고 백신 취약국에 백신을 대대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의 경우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 진료소를 최초로 구상하고 실천했고, 전 세계 방역 모델이 된 ‘안심카 선별진료소’의 모든 노하우를 최선을 다해 알리며 코로나19 대량 검사를 가능하게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이 시장은 “코로나19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국경이 없다는 것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인도가 새 진앙지가 될지 모른다. 강대국들은 백신을 무기로 불량국가를 넘어 폭력국가로 향하는 행보를 당장 멈춰야 한다”며 “지구는 둥글다. 저개발 국가들이 겪는 코로나19 고통이 언제 다시 강대국의 후방을 공격할지 모른다. 신음하는 인류를 외면하면 바이러스는 변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G20, G7 등 국제연합이 인류를 위한 지도력을 발휘할 때로, 국제기구의 일그러진 역할에서 벗어나 인류를 위해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