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車 구매, 중산층→ 저축, 저소득층→ 정부 돈으로 소비

입력 2021-05-12 04:07

코로나19 상황에서 소득 계층별로 가계의 소비행태가 판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득가구를 중심으로 자동차 등 내구재 중심의 비대면 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했고, 중산층은 저축을 늘렸다. 저소득층은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소비를 확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가계소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가계의 소비행태 변화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소비지출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 이유로 소득 1분위(하위 20%)를 제외한 모든 분위 가구에서 감소(-2.8%)했다.

소비지출은 1분위 가구에서만 증가(2.8%)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KDI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이 저소득층의 소비 확대를 일정 부분 유인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소비지출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은 중간소득 계층이었다. KDI에 따르면 3분위 가구는 6.8%, 4분위 가구는 4.2% 지출을 줄였다. KDI는 이와 관련해 “중간소득 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한 실질적인 충격과 불확실성에 가장 크게 노출되면서 예비적 저축을 확대하고, 소비지출을 줄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소득 3분위 가구의 소비 규모 대비 예비적 저축의 비중은 모든 소득분위 중 가장 높은 10.1%였다.

고소득층도 전체 지출(-0.8%)은 줄였지만 여력을 내구재 소비에 집중했다. KDI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구성변화를 추정하고 소득분위별 기여도를 도출했는데, 내구재의 소비구성 변화(16.4%)는 소비 여력이 높은 5분위의 소비구성 변화(19.6% 포인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 등 운송기구 구입에서 소득 3분위(-7.4% 포인트)와 4분위(-4.4% 포인트) 가구에서는 감소했지만, 소득 5분위(27.4% 포인트)가 크게 기여하면서, 실질 소비증가(15.2%)의 대부분을 이끌었다. 다만 가구·가전 등에서 소비구성 변화는 3분위와 4분위에서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KDI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구의 소비 여력 증가는 주로 중소형 내구재 구입을 유인했다”고 말했다.

KDI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빠르게 잦아들 경우 올해 가계소비 증가율이 예상했던 것보다 0.5% 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경우 대면 소비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비대면 소비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나타난 소비구성의 변화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 소비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완화적인 거시경제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합리적 수준의 재정 지원 등을 언급했다. 또 경제 주체별 소득수준과 함께 소득 충격의 규모도 고려해 정부 지원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