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힘 부치는 삼성폰… 하반기 폴더블폰 대중화에 달렸다

입력 2021-05-12 04:05

삼성전자의 1분기 스마트폰 성적표는 준수했다. IM부문 영업이익은 4조3900억원으로 반도체보다 많았다. 1월 출시한 갤럭시S21은 전작의 부진을 딛고 57일만에 국내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스마트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경영진단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가성비 전략에 힘이 부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5G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애플(30.2%)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12가 ‘5G 아이폰’을 기다리던 대기수요를 다 흡수한 덕분이다. 중국 오포(16.1%), 비보(14.5%)가 2, 3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4위(12.7%)로 내려앉았다.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34.6%로 1위였다. 5G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의 설 자리가 좁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노트북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노트북 시장에서 2012년 1500만대를 판매했으나 2019년에는 290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레노버, 에이서 등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한 가성비 전략에 밀려났고 HP, 델처럼 B2B 시장에서 입지도 탄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도 노트북처럼 표준화된 부품을 조합해 하드웨어를 만들고, 운영체제도 안드로이드를 쓰기 때문에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1일 한 업계 관계자는 “팬택,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 것도 결국 중국 업체의 영향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도 장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로선 대중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폴더블폰’이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 중 폴더블폰을 양산해서 판매하는 업체는 삼성전자밖에 없다. 폴더블폰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가격을 낮춰 대중화에 성공한다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노트 출시를 건너뛰고 갤럭시 Z폴드3, Z플립3 등 폴더블폰만으로 하반기 라인업을 꾸리는 것도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하드웨어고 기술 격차로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공고히 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 15년 세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차별화된 화질과 기능을 바탕으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패널을 쓰더라도 중국 업체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이 있다”면서 “품질과 사후관리 등에서도 오랜 기간 고객의 신뢰가 쌓여왔기 때문에 중국 업체가 싸게 팔아도 별로 영향을 안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