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입양 아동 학대 부끄럽다

입력 2021-05-11 10:45 수정 2021-05-11 10:46
양부모 학대로 16개월 정인이가 숨진 지 7개월, 국민의 공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비슷한 입양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양부가 9개월 전에 입양한 2살짜리 딸을 심하게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 칭얼거리며 운다는 이유로 이달에만 세 차례 폭행을 했다. 손찌검뿐 아니라 나무 재질의 구둣주걱으로 얼굴과 머리를 때렸다. 아이의 엉덩이 가슴 허벅지 등에는 다친 시기가 다른 멍 자국이 여럿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0일 양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사건은 입양된 지 1년도 안 된 아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뇌출혈 같은 심각한 상태가 됐다는 점에서 정인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올 초 많은 이들이 정인이 사건에 눈물을 흘리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건만 비슷한 일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이다. 입양 결연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학대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이번 사건은 입양 사후 관리 시스템의 구멍을 또 노출시켰다. 지난 2월 정인이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법은 사전 예방보다는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뇌출혈 입양아의 경우 어린이집도 안 다니는 상황이라 학대 의심 정황 신고가 없었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 후 첫 1년은 입양기관이 양부모를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입양기관은 올해 두 차례 이 집을 방문했으나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일수록 입양기관의 가정방문이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 매뉴얼을 변경해 방문 횟수를 보다 늘려서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번 일로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이 생겨서는 안 된다. 친부모 양부모 모두 ‘내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우선 깨뜨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