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20, 30대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목하게 만든 일등공신으로는 ‘부동산’이 꼽힌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시장이 축소되면서 MZ세대의 한숨이 표면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폭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은 방아쇠가 됐다. 분노한 MZ세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로 민의를 표출했다. 주식과 암호화폐에 ‘올인’하는 것도 MZ세대의 특징으로 분류된다. 어느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존버’(버티는 것) ‘벼락거지’ 같은 신조어는 MZ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MZ세대 행동의 중심에 경제가 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글로벌이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1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MZ세대의 경제에 대한 지식 수준은 탁월한 편이다. 응답자의 60.0% 이상이 주·월 단위로 예산을 세워 지출을 관리하고 재무 결정을 내리기 충분한 수준의 지식을 보유한다고 답했다. 금융상품이나 서비스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MZ세대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에 밝은 특성이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 MZ세대의 경제에 대한 민감도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타국에 비해 훨씬 큰 편이다. 1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만 해도 서울시내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5억1925만원 수준이었다. 이 가격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5월 기준 6억708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로 끝없이 오르더니 지난달 기준 11억1123만원까지 치솟았다. 4년 사이 83.0%나 오른 서울 아파트 가격은 월급이 쥐꼬리만큼 오르는 MZ세대에게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아가는 단초가 됐다. 딜로이트글로벌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재정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한국의 MZ세대 비율이 27.0%로 13개국 평균(32.5%)보다 5.5% 포인트 낮은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특성을 단순화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0일 “20, 30대를 MZ세대로 묶어서 너무 일반화하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MZ 세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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