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도 반등해 1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온 것이 되레 긴축 우려를 잠재우면서 주가 상승을 부추긴 격이 됐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비틀거리던 증시는 어느새 급락에 대한 불안감을 훌훌 털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3%(52.10포인트) 오른 3249.30에 마감하며 지난달 20일(3220.70) 이후 13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장 초반 개인 매수세와 함께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차례로 매수 규모를 늘리며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한층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186억원, 21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4거래일 연속 순매수, 외국인은 9거래일 만의 순매수 전환이다. 개인은 1조2209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1.48%(14.50포인트) 오른 992.80으로 마감하며 코스피 못지 않은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2.33% 급락하며 1000선이 무너진 지 8거래일 만에 네 자릿수 회복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주가가 급등한 것은 뜻하지 않던 미국 고용 악화 뉴스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주말(한국시간) 미국 노동부는 4월 비농업 일자리가 100만개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26만여개 늘어난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미국 고용 상황이 부진하자 경기회복기에 대비하기 위한 긴축 정책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오히려 자본시장의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공매도 재개의 약발도 예상보다 약했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공매도 재개 둘째 날인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공매도 재개 첫날인 지난 3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것과 대조된다. 급락 우려로 흔들렸던 증시가 공매도 재개 이후 오히려 강세로 바뀐 것이다.
시장은 공매도 재개 이슈에 겁을 먹었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 감춰진 대량 매수세가 증시를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주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2조3230억원을 공매도했지만 정작 순매도는 8100억원에 그쳤다. 그 차이인 1조5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2380억원어치를 공매도한 기관은 오히려 58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공매도 재개 첫날 4500억원을 찍은 뒤 다음 3일간은 일평균 1200억원에 그쳤다. 기관은 첫날만 1400억원을 순매도했을 뿐 다음날부터 순매수로 전환해 매일 그 규모를 늘려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늘 장중 기존 주도주들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거래대금 ‘레벨업’ 가능성이 높다”며 “연초 이후 코스피 박스권 등락에서 벗어나는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