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무안주기식 청문회로는 유능한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논란이 일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이 실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인력이 부족하기에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다”며 “언론의 검증,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까지가 한 과정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내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직 후보자 논란이 빚어지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야권의 공세를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일일이 언급하며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과학기술 분야 진출이 저조한 상황에서 임 후보자가 여성 과학인의 롤모델이 될 수 있고, 박 후보자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몰락했던 우리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노 후보자는 주택공급 정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의 적임자라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유능한 인재들이 무안을 당할까봐 공직을 고사한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신망받는 분들이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무안만 주는 청문회에 앉고자 하지 않는다. 검증 항목이 가족에게 누를 끼칠까봐 포기하고 만다”며 “그렇게 해서 포기하는 비율은 여성이 훨씬 높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왜 이 사람을 발탁했는지 취지와 이분에 대한 기대와 능력,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흠결, 이 부분을 함께 저울질해 발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는 공개해서 두 개를 함께 보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청문회를 거치는 인사를 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다”며 “적어도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장관은 현재까지 총 29명이다. 청와대의 7대 인사 배제 원칙 무용론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작심하고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를 방문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건의한 바 있다. 이후 여야는 인사청문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위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여야가 제도 개선 방향을 두고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 본격적인 개선안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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