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에 ‘코로나 실직’ 집중… 가구소득 불평등 커졌다

입력 2021-05-11 04:04

코로나19로 소득 1분위(하위 20%) 핵심노동연령층(30~54세)이 잇달아 실직하면서 가구 소득 불평등이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1분위는 고용 충격은 물론 소득 충격 피해에도 장기간 노출되고 있어 소득 불평등 확대 흐름이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분기별 평균 소득 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1%를 기록했다. 이는 바로 다음 단계인 2분위(5.6%) 감소율의 세 배가 넘는 수치이며, 3분위(3.3%) 4분위(2.7%) 5분위(1.5%)보다도 현격히 높다. 이로 인해 하위 10% 가구 소득 대비 중위 소득의 배율(P50/P10)도 2019년 같은 기간 평균 5.1배에서 지난해 5.9배로 상승했다.

한은은 소득 감소분을 고용 부분과 소득 부분으로 나눠 분석했다. 1분위 소득 감소분은 36.2%가 실직 등으로 인한 고용 충격에 기인했고, 63.8%는 소득 수준 저하에 따른 소득 충격 탓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를 1분위 핵심노동연령층 가구로 한정할 경우 고용 충격 기여도가 46.3%로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같은 기간 소득 1분위 중 비취업가구(실직/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은 8.7% 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핵심노동연령층의 경우엔 10.4% 포인트나 늘어났다. 쉽게 말해 1분위에 속하는 30~50세대가 고용 충격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비취업가구는 취업가구에 비해 소득이 매우 낮으므로 비취업가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화한다. 1분위 중 비취업가구 소득은 취업가구 소득의 45.6% 수준이었지만 핵심노동연령층의 경우엔 18.4%에 불과했다. 1분위 다른 연령대 실직 가구가 취업한 가구의 절반 정도를 버는 것과 달리 1분위 30~50세대는 취업한 같은 연령대 가구의 5분의 1도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의미다.

소득충격 역시 1분위 취업 가구의 소득 감소율이 15.6%로 2∼4분위(-3.3%), 5분위(-1.3%)를 크게 웃돌았다. 한은은 “주로 저소득층이 고(高)대면 일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가운데 임시 일용직과 육아 부담이 큰 유자녀 여성 가구의 실직 및 소득 감소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구소득 불평등 확대 현상이 고착되지 않도록 자영업의 추가적 고용조정, 자녀를 둔 여성 가구의 경력 단절 등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