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이에요.”
2019년 기준 임대주택을 594채 등록한 임대사업자 진모(48)씨를 추적했더니 주변인들은 진씨를 일용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600채에 육박하는 주택을 소유했으니 당연히 자산가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는 세금도 5억8400만원가량 체납했다.
국민일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임대인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위 이모(63)씨와 2위 진씨 보유 주택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총 443건이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879억7525만원에 달한다. 진씨와 이씨 같은 임대사업자들이 주택 숫자를 크게 늘리는 동안 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늘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 둘은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취득세를 감면해줬던 혜택을 노려 ‘무자본 투기’로 주택 수를 크게 불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낸 진씨와 이씨는 임대사업자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서 감면 받은 취득세를 도로 토해내고 있다. 세입자뿐 아니라 서울시 38세금징수과도 두 사람이 체납한 세금(각각 5억8400만원, 2억4300만원)을 추징하기 위해 그들을 쫓았다. 이 과정에서 진씨의 꼬리가 잡혔다.
지난 2월 진씨는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해 가압류가 걸렸거나 경매가 진행 중인 본인 소유 주택들에 ‘깔세’를 놓고 있었다. 깔세란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 시세보다 높은 월세를 1~2개월치 미리 받고 주택을 빌려주는 초단기 임대차계약이다.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빌라마다 70~80%는 (깔세) 세입자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에는 ‘집 소유권이 넘어갈 경우 나가야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사는 사람도 거주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주택 490채를 소유한 이씨도 자산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임대사업자 혜택을 노리고 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불렸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가압류가 걸렸다. 세신사였던 이씨도 본인 소유 주택에 깔세를 놓으며 수익금을 챙기고 있었다. 38세금징수과는 이 월세를 압류해 그가 상환해야 할 취득세 4400만원 중 3950만원을 추징했다.
수사기관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에서 주범이 따로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주범인 부동산중개업자 등이 깔아 놓은 임대주택 전세투기판에서 주택 소유주들이 실제론 부동산 거래 건수당 리베이트 성격으로 일정 금액을 받는 조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유주들이 차명으로 다른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당신의 전세금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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