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인 ‘MZ세대’는 40대가 주축인 X세대와 비교하면 혜택을 받은 세대로 볼 수 있다. X세대가 20, 30대였을 때와 통계로 비교해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소득이나 근로여건 면에서 X세대보다 MZ세대의 만족도가 높다. 소비 역시 MZ세대의 만족감이 높게 나타난다. 소득 증가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추구하는 행태가 맞물린 영향으로 보인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의외로 X세대보다 ‘안정성’을 덜 추구하기도 한다. ‘재미’를 척도로 삼는 비중이 늘었다. 20, 30대에 사망할 확률이 X세대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 역시 눈에 띈다. 통계로 본 MZ세대 삶의 만족도는 X세대에 비해 확연하게 올라갔다.
그런데 현실은 ‘MZ세대가 X세대보다 행복하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신조어가 MZ세대의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다. 더 나아진 환경 속에서도 비관적 미래를 꿈꾸는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이 꼽힌다. 소득증가율의 배를 상회하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머릿속에 좌절이란 단어를 들이민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두려움은 결혼·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결정타가 됐다. 정상적인 소득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구멍이 생긴 것이다. MZ세대가 유독 투기성 짙은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X세대보다 ‘만족한다’
국민일보는 MZ세대와 X세대의 차이를 통계로 살펴보기 위해 20, 30대 대상 통계 조사 결과를 시점별로 비교해 봤다. 일반적으로 MZ세대로 분류하는 1981~2003년 출생자가 20, 30대인 최근 통계와 X세대(1970년대 출생자)가 20, 30대의 주축이었을 당시 통계를 대비하는 방식으로 분석했다.
10일 통계청 사회조사를 통해 살펴보니 MZ세대와 X세대의 만족감은 큰 차이를 보였다. 주관적 삶의 만족도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30대 비중은 46.4%에 달했다. X세대가 30대의 주축이었던 2011년의 경우 삶에 만족한다는 30대 비중이 26.3%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된다.
경제적 인식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MZ세대의 소득 만족도가 X세대보다 소폭이나마 더 높다. 가장 최근 조사 결과인 2019년 기준 ‘소득에 만족한다’는 30대 응답은 16.9%로 10년 전인 2009년(15.5%)보다 1.4% 포인트 더 높았다. 근로여건 만족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19년 기준 30대 응답자의 23.9%가 근로여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X세대가 30대였던 2009년(16.7%)보다 7.2% 포인트 높다. 예전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의 여건이 향상됐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소비 만족도도 차이가 난다. 2009년만 해도 ‘소비생활에 만족한다’는 30대 응답은 14.4%였지만 MZ세대가 30대가 된 2019년에는 5.1% 포인트 증가한 19.6%를 기록했다.
직업 선택의 척도가 바뀐 점 역시 만족도 향상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만 해도 30대 응답자의 31.8%가 직업 선택 요인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불안감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2019년 30대 응답자에게서 이 비율은 22.8%로 9.0% 포인트 낮아졌다. 대신 다른 요인을 꼽는 이들이 늘었다. 2019년 조사에서 ‘적성·흥미’를 직업 선택 이유로 꼽은 30대는 17.7%로 2019년(11.7%)보다 6.0% 증가했다.
건강 수준도 높다. 2019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0, 30대 사망자 수는 각각 37.7명, 67.7명으로 X세대가 20, 30대였던 2000년(70.3명, 125.2명)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래 불확실성 부른 ‘부동산’
통계만 놓고 보면 MZ세대는 과거 청년보다 현실에 더 만족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행복하다’는 말을 듣기 쉽지 않다. 대학생 지모(24)씨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결국 답은 코인이나 주식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단초를 부동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488원으로 2009년(380만5120원)보다 44.1% 증가했다. 하지만 이 증가율은 아파트값 증가율 앞에서는 초라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09년 1월만 해도 2억4804만원이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가장 최신 집계인 지난달 기준 4억8822만원으로 96.8% 폭등했다.
월급 오르는 속도가 부동산을 따라가지 못하니 미래가 암울한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유모(35)씨는 “집 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은 간단한데, 직장이 서울이면 서울 사는 게 편한 식이다. 재건축 등 필요한 것은 하도록 내버려뒀어야 하는데 그걸 틀어막은 게 문제”라고 짚었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것도 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X세대가 20대의 주축이었던 2000년만 해도 20대 출산율이 30대를 웃돌았다. 반면 MZ세대가 20, 30대인 지난해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30대가 131.2명으로 20대(42.8명)의 3배를 상회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을 하면 뭐가 있나, 아이를 낳으면 뭐가 좋아처럼 이 세대가 갖고 있는 굉장히 비관적인 세계관이 있다. 청년세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와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이종선 신재희 기자 sman321@kmib.co.kr
[MZ 세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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