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윤석열은 대선주자, 언급 않겠다… 檢 이제 靑 겁 안내는 듯”

입력 2021-05-11 04:02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자신이 발탁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차기 대선주자’라는 이유를 들어 언급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검찰은 청와대를 겁내지 않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 때만 해도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윤 전 총장이 3월 초 정부를 정면 비판하면서 사표를 던진 이후 양쪽 관계나 문 대통령 인식도 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 후임으로 선택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는 “김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저는 잘 납득이 안 간다. 과도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한 김 후보자 이력을 놓고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일자 문 대통령이 직접 방어막을 쳐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누가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나라는 관점에서 발탁하는 것이지, 인간적인 친소관계나 정치적 성향은 전혀 가리지 않는다”며 “특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바뀌었을 때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는 것은 인재를 크게 낭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정하게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원전 수사 등 여러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별로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겨냥하고 있다. 원전 수사를 콕 짚어 거론한 것은 이 수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도대체 무슨 권위주의 시대의 언어인가”라며 “공정한 수사 지시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다시 밝힌 것이며,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오해받기 충분하다”고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한 축으로 검찰 개혁을 계속 밀고 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수십년 동안 추진돼 왔던 (검찰 개혁) 과제들에 대해 우리 정부하에서 드디어 아주 중대한 개혁을 이뤄냈다”면서도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중요한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잡힌 방향을 안착시켜 나가면서 더 완전한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회에 접수한 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에서도 “검찰총장으로서 바람직한 검찰 개혁을 이뤄나갈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