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7 재보선에서 2030세대로부터 외면당한 더불어민주당이 암호화폐 제도화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내년 1월 예고된 암호화폐 과세 유예 방안이나 첫 업권법 발의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 실태는 정부 조직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깜깜이 통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과세를 앞두고 막바지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정치권이 탁상공론 대신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소 숫자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0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거래소는 100~200개 사이로 추산된다”며 “언론 보도와 민간업체 컨설팅 자료를 참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FIU 관계자는 “거래소는 어디에도 신고나 등록이 안 돼 있다. 개·폐업이 자유롭다 보니 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없다”며 “우리도 민간 자료를 보고 금융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세청은 은행연합회 자료를 인용해 국회에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가 227곳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역시 거래소뿐 아니라 암호화폐 지갑관리업체나 보관·관리소 등을 모두 합한 추정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민간 협회에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국블록체인협회 집계가 나오길 기다렸는데 여기도 회원사가 생각보다 적다”며 “중소거래소나 사기를 위해 만든 소형거래소까지는 전혀 파악이 안 된다. 이런 곳까지 합하면 진짜 몇백 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FIU가 인용한 민간 업체 중 한 곳은 암호화폐 정보 포털사이트를 표방하는 ‘해시넷’이다. 해시넷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국내 거래소만 118개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생경한 로고와 비슷비슷한 명칭을 가진 중소 거래소다.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어떤 식으로 입·출금을 하는지, 거래는 어떻게 하는지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곳들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 계약을 맺지 않다 보니 신뢰를 담보할 수 없는 에스크로(중개) 사이트 등을 통해 입금토록 하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일부 유튜버들이 단기간에 20억~30억원을 벌었다며 적극 홍보한 B거래소가 사기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곳은 마진 거래에 ‘최대 500배’ 레버리지를 내세워 회원을 모집 중인데 돈을 넣으려 하면 입금 계좌명이 거래소 이름과 다르다. 돈을 빼더라도 송금자 이름에 ‘F’ 등 익명이 표시되고, 지연 출금된다고 한다. 이처럼 미심쩍은 거래소들이 적지 않지만 ‘코린이(코인+어린이)’들이 높은 수익률에만 혹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3배 투자 수익을 미끼로 회원들에게 1조7000억원 가량을 받은 또 다른 B사를 압수수색하고 2400억원어치 자산을 동결 조치하기도 했다.
강준구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