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21·사진)은 공이 손에 완전히 잡히지도 않는 만 5세 때 구속 60㎞를 찍고 ‘야구 신동’ 소리를 들었다. 원태인의 재능을 발견하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준 사람은 아버지 원민구씨. 그도 198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았지만 입단을 포기하고 실업야구를 거쳐 중학생 선수들을 육성해온 야구인 출신이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원태인은 삼성의 준비된 ‘아기 사자’였다.
2019년 신인 1차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홍준학 단장은 “지명이 이미 10여년 전에 결정됐다. 기대만큼 잘 성장했다”며 원태인을 호명했다. 하지만 당시의 삼성은 2010년대 상반기 ‘왕조’를 끝내고 몰락하던 팀이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에서 원태인은 빛을 보지 못했다. 프로 2년차까지 합산 전적 10승 18패에 평균자책점 4.80점대. 원태인이 시속 149㎞로 뿌리는 빠른 직구도 점수를 내지 못하는 팀 타선 앞에선 무기력했다.
하지만 원태인이 3년차로 넘어온 올해 삼성 타선이 달라졌다.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가 연일 홈런(10개)을 치고, 베테랑 포수 강민호와 테이블세터 구자욱이 0.350 이상의 타율로 화력을 지원하는 삼성 타선은 2021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초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타격이 살아나자 원태인의 어깨도 가벼워졌다.
원태인은 지난달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올해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동안 고작 1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뒤부터 5연승을 질주했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5승 고지에 도달한 투수다. 원태인의 평균자책점은 1.18.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95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지난달 13일 한화 이글스와 대구 홈경기, 같은 달 18일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원정경기에서는 연달아 10탈삼진씩을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등판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은 2014년 5월 9일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한 당시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양현종(현 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7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이 틈에 삼성은 중간 전적 19승 12패(승률 0.613)를 기록해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다. 몰락한 왕조를 올려세운 일등공신은 단연 원태인. 그는 생애 처음으로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원태인이 기자단 투표 32표 중 31표(96.9%), 팬 투표 35만3764표 중 20만9486표(59.2%)로 총점 78.05점을 기록해 4월 MVP를 수상했다”고 밝혔다. 기자단 투표와 팬 투표에서 모두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원태인은 상금 200만원과 함께 75만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를 부상으로 받는다. 원태인의 모교인 협성경복중에는 신한은행 후원으로 100만원의 기부금이 전달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