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파주 3개 우린 1개” GTX 무산, 김포 이유있는 분노

입력 2021-05-10 00:04 수정 2021-05-10 00:04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회원과 지역 주민 등 2000여명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김포 한강중앙공원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D 노선 계획에 반발하며 촛불 집회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말 정부가 이른바 ‘김부선’으로 불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을 포함한 광역교통망 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부터 경기도 김포를 중심으로 연일 주민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휴일인 지난 8일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 등 주민으로 구성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회원과 지역 주민 2000여명이 김포 시내에 모여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GTX-D 노선의 서울 연결과 서울 도시철도 5호선의 김포 연장 등을 촉구했다. 국토교통부의 여론광장 게시판에는 GTX-D 노선이 처음 공개된 지난달 22일 공청회 이후 9일 현재까지 GTX-D 노선 서울 연결과 5호선 연장 등 교통망 개선을 요구하는 글만 약 7000건에 이른다. 지난 4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김포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시작부터 김포 지역의 교통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주민과 정·관계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모양새다.

왜 유독 김포만 이처럼 격한 반발을 이어가는 걸까. 우선 인구에 비해 열악한 철도망 등 교통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김포시에 따르면 김포의 올해 인구(3월 말 기준)는 48만명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만 해도 37만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인구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그러나 김포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철도망은 김포공항역까지 가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 하나뿐이다. 일반적인 지하철과 달리 차량 2개로만 연결돼 있다 보니 출퇴근 시간 혼잡도가 극에 달한다. 시 조사에서는 최고 혼잡도가 285%에 달할 때도 있었다. 열악한 철도망은 서울과 인접한 주변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봐도 비교적 확연히 드러난다.


김포보다 인구가 적은 하남시(30만명)만 해도 현재 지하철 5호선이 개통돼 있고, 앞으로도 지하철 9호선과 3호선의 연장 노선 개발이 추진된다. 김포와 인구가 비슷한 파주(48만명)와 의정부(46만명) 역시 서울까지 연결되는 경의중앙선과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상황임에도 각각 GTX-A 노선과 3호선 연장(이상 파주), GTX-C노선(의정부) 개발이 추후 예정돼 있다. 인구가 6만여명에 그친 과천은 지하철 4호선이 있는 상황에서도 GTX-C와 위례과천선(경전철)이 추가 신설될 예정이다.

김포에 사는 유모(37)씨는 “열악한 철도망 때문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자가용 아니면 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김포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도로망 역시 올림픽대로 등으로 한정적이다 보니 교통정체가 만성적”이라고 하소연했다.

GTX-D 노선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 간 설명이 다른 부분도 논란거리다. 앞서 경기도가 지난해 9월 김포·부천·하남시와 함께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는 GTX-D 노선을 김포와 인천 검단·계양, 부천, 서울 남부, 하남시까지 연결하는 68.1㎞로 진행할 경우 총사업비가 5조9375억원이 들고 타당성 조사의 핵심인 비용 대비 편익(B/C)이 1.02로 나와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국토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4차 철도망 구축 기본계획 용역에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 검증이나 반박 없이 부천종합운동장까지만 GTX-D를 연결하는 방안만 제시됐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경제성, 사업비 규모, 기타 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한 것”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명쾌한 설명이 없다 보니 지역에서는 GTX-D 노선이 GTX-B 노선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희생양이 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아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됐음에도 투자사업 방식 확정이 지연되고 있는 B노선의 이용객을 늘리려고 일부러 B노선 접점까지만 교통망을 연결했다는 얘기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