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배 속에 있는 720g의 아기는 죽여도 되고, 배 밖에 있는 720g의 아기는 살려야 한다고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면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필자에겐 5살 어린 여동생이 있다.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산부인과에서 복중의 두 아이 체중이 초음파상으로 다소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체중의 차이가 점점 벌어져 작은 아기는 720g, 큰 아기는 1100g이 됐다.
산부인과 의사는 “이대로 내버려 두면 두 아기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으니 두 아기를 살리려면 조기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동생 부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의 결정을 따랐다. 그렇게 조카들은 30주도 채우지 못한 채 작은 몸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아이들은 숨 쉬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약했다. 각종 의학적 조치를 위해 몸에 튜브를 달았다. 피부는 연약하다 못해 투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1100g으로 태어난 아이도 매우 작았지만 720g의 동생에 비하면 커 보였다.
동생 부부는 두 생명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며 병원과 집, 교회를 오가며 눈물의 기도를 드렸다. 제부의 회사는 어린 자녀를 돌보라며 휴가까지 내줬다.
주변에선 아기들이 건강하게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부모 품에 안기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양가 어르신들은 출석하는 교회에 손주를 위한 기도를 간곡히 부탁했다. 소식을 접한 교회는 이 소식을 주보에 공지했고 너무 일찍 세상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기들을 위해 기도에 힘썼다.
700g이 좀 넘는 조카는 인큐베이터에서 잘 버티는가 싶었다. 그런데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작아서 건드릴 데도 없어 보이는 저 아기의 몸에 수술용 칼을 대야 한다니. 과연 심장 수술을 견딜 수 있을까.’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수술하지 않으면 결국 사망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동생 내외는 눈물을 흘리며 자식을 수술대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동생 부부와 양가 어르신, 교회 성도들은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심장 수술을 견딜 힘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감사하게도 작은 몸은 그 힘든 수술을 잘 버텨냈다. 기적이었다.
숨을 좀 돌리나 싶었는데 수술 마친지 얼마 안 돼 장 협착 증상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안타깝지만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한 번의 수술을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동생 내외는 또다시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작은 아기를 수술대에 다시 올렸다. 너무 연약해서 바늘 하나를 꽂아도 못 견딜 것 같은 아기에게 두 번째 수술은 너무 가혹해 보였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려면 달리 방도가 없었다.
놀랍게도 조카는 두 번째 수술도 잘 견뎌냈다. 그리고 얼마 뒤 또 한 번의 장 수술도 견뎌냈다. 총 세 번의 수술을 버틴 것이다. 어른도 버티기 힘든 수술이었다. 다행히도 1100g으로 태어난 아이는 조금씩 살이 붙고 있었다. 그렇게 두 작은 조카는 살기 위해 맹렬히 생명의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하나님은 새는 새처럼, 돼지는 돼지처럼 만드셨다. 그러나 유일하게 사람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셨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 만물보다 귀하다고 선포하신 이는 다름 아닌 하나님이시다.
이것이 한 생명을 대하시는 하나님의 태도다. 그 생명이 아무리 작고 힘없고 무능해도 그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귀한 존재다. 그 아기가 태중에 있든 태 밖에 있든 말이다.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로 낙태죄 공백 상태로 똑같은 720g의 아기라도 태중에 머물고 있다면 죽여도 무죄이고, 태 밖으로 나온 아기를 죽이는 것은 살인죄를 적용한다. 이런 법체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 인큐베이터 안에 720g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만민이 울며 ‘제발 죽지 않고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배 속에 있다고 해서 얼마든지 죽여도 되는 존재로 둔갑하지는 않는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강요하는 악한 법과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인간은 덩어리 같던 존재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인간 개체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수정된 때부터 인간이며 귀한 생명이다.
한 국가가 한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하나님이 한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차이를 보일수록 그 국가의 영성과 정신적 품격은 추락한다. 국가 역시 한 생명이 천하 만물보다 귀하다고 선포해야 한다.
작은 두 생명을 위해 수많은 성도가 눈물의 기도를 한 지 2개월이 흘렀다. 두 조카는 무사히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겼다. 너무나 작게 태어난 조카들은 태중에 있을 때도,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도, 인큐베이터에서 나왔을 때도 소중한 ‘생명’이었다. 조카 둘은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낙태죄 개정이 국민의 명령이다]
▶⑬
▶⑭
▶⑮
▶⑯
▶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