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180일 전으로 규정된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경선연기론’에 더불어민주당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당의 쇄신이 아닌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민생에 대한 논의는 없고 경선연기론으로 왈가왈부 하는 게 맞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계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9일 MBN방송에서 “경선연기론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당헌·당규상 9월에 후보를 선출하게 돼 있는데 아직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는 규정이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두관 의원과 친문 전재수 의원이 나란히 경선연기론을 주장하자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커지자 송영길 지도부는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송 대표는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수급 등 민생 문제를 우선시해왔다. 당 지도부 인사는 “도대체 경선연기론이 국민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차라리 정책적으로 논쟁을 하면 건강하기라도 한데, 국민이 어떻게 볼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경선연기론에 대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5·2 전당대회에서 함께 다뤘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인 만큼 당이 논란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공론화를 하는 게 맞았다”며 “이번 지도부도 전당대회에서 위임받은 사람들인데 지금 경선연기론을 다루면 위임범위에서 벗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경선 시기를 ‘선거 180일 전’으로 규정한 이해찬 전 대표 당시 지도부 인사들도 경선연기론에 부정적이다. 당시 지도부였던 인사는 “180일 전으로 규정한 것은 예측 가능한 정당을 만들고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경선연기론을 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선연기론은 지난해 7월부터 불거졌다. 당시에도 대선후보를 미리 선출하면 야당으로부터 공격받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논의가 됐었다. 하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180일을 100일로 조정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고, 지난 2월 이낙연 지도부도 경선연기론에 대해 “소설”이라며 선을 그었다.
송 대표가 향후 경선연기론에 어떤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송 대표는 지난 7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런 고민은 아직 안 한다. 정비가 된 다음에 차분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