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러지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대학생 이선호(23)씨가 무게 300㎏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아래에 깔려 숨졌다. 이씨는 제대 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다. 사고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상 반드시 있어야 할 안전 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는 없었다. 이씨는 안전 교육도, 안전 장비도 받지 못했다. 현장 안전지침만 제대로 지켜졌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일이라 더욱 안타깝다.
이번 사고는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19살 김군,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24살 김용균씨 사건과 유사하다.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사로 우리 사회는 또 한 명의 청년을 잃었다.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에서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한 해 평균 2400명 하루 6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어 나가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도록 하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법은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는데, 경영 책임자의 범위를 놓고 노사 간 의견 차이가 크다. 이르면 이달 중 확정돼 입법 예고될 전망이지만 노사 의견수렴이 안 되면 연기될 수도 있다. 노사는 예정대로 내년 1월 현장에서 법이 제대로 시행돼, 이런 황망한 죽음이 없도록 조속히 최종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어느 곳에서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외치며 절규하는 노동자가 있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사고 자체를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사설]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의 죽음… 이런 불행 다시는 없어야
입력 2021-05-10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