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주가 폭락 우려”… 美연준, ‘버블 붕괴’ 경고

입력 2021-05-08 04:03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경기 부양책에 따라 발생한 ‘자산 버블’이 붕괴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자산 가격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역사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최근 자산 가격 상승이 금융 시스템에 점점 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금융안정 반기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재 주식 등 금융자산 가격이 향후 급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수준으로 올랐다”면서 자산 가격 하락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근까지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시장 과열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던 연준이 공식적으로 자산 버블에 따른 위험을 인정한 것이다.

연준의 태도 변화는 자산 가격 상승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증가하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경기 전망이 밝아져 주식과 기타 위험 자산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3% 오른 3만4548.53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은 “일부 자산의 평가가치는 역사적으로도 높은 상태”라며 “만약 이런 환경에서 투자 심리가 줄어든다면 상당한 자산 가격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자산 시장이 과열 국면에 이른 탓에 하락세로 급반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금융체계에 잠재적 위험을 불러올 요인들을 제시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적어진 상업용 부동산을 취약한 잠재적 위험으로 꼽았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경제 회복에 지장이 생길 경우 차입 비중이 높은 보험회사와 헤지펀드가 더욱 위태로워지고, 머니마켓펀드(MMF) 인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외부 위험 요인도 언급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 신흥 국가와 일부 유럽 국가들의 금융체계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그 영향력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2016년 6월 3일 워싱턴의 외교관계위원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성명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시스템에 대한 위험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금융체계가 탄력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향후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조지 셀긴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장기 금리를 낮추면서도 수익률에 도달하기 위해 양적 완화에 대한 긴장을 준 것”이라며 “경기회복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이퍼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