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슴 대신 유리창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어요. 가슴이 무너질 거 같아요.”
대구에 사는 이가영(67)씨는 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87)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이씨는 지난 5일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가 입소한 바오로 둥지너싱홈 요양원으로 면회를 갔다.
평상시와 달리 면회는 더욱 힘들었다. 어버이날을 앞뒀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카네이션과 꽃다발을 준비해 갔지만 이씨의 작은 바람은 코로나19 앞에 속절 없이 무너져 내렸다. 요양원 측이 어버이날이지만 예외 없이 대면 면회를 금지해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 드릴 수 없었다.
심지어 면회 인원 제한으로 이씨와 오빠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씨는 “어머니는 저를 보시면 눈물을 흘리신다. 코로나19를 잘 모르는 어머니가 혹시나 제가 일부러 자신을 멀리한다고 오해할까봐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요양원·요양병원의 대면 면회를 14개월째 금지한 가운데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 씨처럼 자식들의 애절한 사모곡이 잇따르고 있다.
이성우(칠곡군 왜관읍·44)씨는 “5월이 되니 어머니 품이 더 그립다”며 “면회때 마다 아들 손을 잡을려고 손을 내미는 어머니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아파 비대면으로 면회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최영희(칠곡군 석적읍·54)씨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자주 요양원을 찾아가 어머니 건강을 살피고, 어버이날에는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하루빨리 대면 면회가 허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요양원 입소 부모님과 자식들의 간절한 소망은 곧 이루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경과되면 대면 면회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칠곡군에는 요양원 25곳, 요양시설 4곳, 요양병원 4곳에 1000여 명이 입원 또는 요양하고 있다. 현재 이들 요양시설 입소자는 1차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이며 백신 수급이 원활하다면 5월 말부터 2차 접종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6월 14일부터 부모와 자식의 대면 면회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부모님 손을 잡아 드리는 게 얼마나 큰 효도인지 잘 알고 있다”며 “신속하고 안전한 백신접종으로 가족의 정이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