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 스마트폰 사용 1년, SNS폭로… 군 문화 바꿨다

입력 2021-05-07 04:04
해군 장병이 생활반에서 병영전문담당관을 통해 안내받은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상담체계에 접속해 사용방법을 확인하고 있다. 해군 제공

병사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이 전면 허용된 지 1년을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 군의 고질적인 병폐를 고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를 계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익명게시판에 연이어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처우 문제가 제기되면서 군 당국도 긴장하는 눈치다. 이번 기회에 군의 인권 침해 요소를 없애 병영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 관련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지난달 18일 부실 급식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6일 기준으로 22개의 제보 글이 게재됐다. 주로 격리 병사에게 적은 양의 식사가 제공되거나, 격리시설 환경이 열악하다는 글이 주를 이뤘다. 간부에 의한 폭행이나 군 의료시설의 부실치료에 대한 글도 빠르게 번지며 큰 파장을 낳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개 사과했다.

군은 외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태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개된 공간 대신 내부 소통채널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제보에 일일이 해명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인 데다, 문제가 된 부대를 신속 파악해 조사에 나서기 위해서다.

해군은 지난해 7월부터 병영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진 환경에 맞춰 군 내부망에서만 가능했던 자체상담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 1월 개설한 온라인 기반 고충신고·상담체계를 통해 접수된 상담 건수가 4개월 만에 34건을 기록하며 전년도 상담 건수(18건)를 넘어섰다. 추후 익명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새로운 소통채널 마련을 검토 중이다. 기존 국방헬프콜 운영을 개선하거나 각 군의 채널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육군은 최근 군이 직접 운영하는 ‘육군이 소통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여론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속한 팩트체크를 통해 잘못된 내용은 바로잡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군 내부의 인권 침해 요소를 털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간사는 “부당함을 고발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편지·공중전화보다 익명이 보장되고 사용이 익숙한 스마트폰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빠르게 공론화할 수 있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제보 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사실 확인 없이 확산하는 폭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휘관과 부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제보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육군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교회 방역작업에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병사들을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시설을 예방적 차원에서 소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