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생이별 요양원에 면회 공간 ‘가족의 거실’ 생긴다

입력 2021-05-07 04:07

코로나 시대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보낸 가족들은 생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다. 어르신과 기저질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의 대면면회가 금지·제한되면서다. 인지능력이 약해진 어르신들은 이런 사정을 이해하지 못해 자식들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나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요양시설 비대면 면회는 유리나 비닐 벽을 사이에 두고 마이크로 대화해야 한다. 인프라도 열악하다. 청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은 가족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다. 10분 남짓 주어진 면회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방역지침상 접촉이 불가능해 가족들은 그리운 부모를 눈앞에 두고도 손 한 번 잡지 못하고 헤어져야 한다.

서울시가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가족들을 위해 비대면 면회 전용공간인 ‘가족의 거실’(사진)을 개발했다. 가족의 거실은 집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곳에서 면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약 15㎡(4.5평) 면적의 이동식 목조주택으로 지어 요양시설 외부의 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기존 면회실에선 허용되지 않던 가족의 손을 잡는 일도 가능하다.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에 사용되는 방역 글러브를 설치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비접촉 면회 방식이다. 어르신의 작은 목소리도 선명하게 잡아내는 최첨단 음향시스템도 설치해 청력이 약한 어르신도 유리창 너머 가족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가족의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볼 수 있고, 해외에 살거나 면회 인원제한 때문에 미처 오지 못한 다른 가족과의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가족의 거실’을 시립노인요양시설인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 시범 설치하고 5월 첫째 주부터 상시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시는 이번에 개발한 디자인 매뉴얼을 오픈소스로 무상 개방한다.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는 ‘가족의 거실’ 도입과 함께 당초 주말에만 이뤄졌던 면회를 평일과 주말 모두 운영한다. 선착순 사전 예약제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