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사실상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비해 늦게 레이스에 합류했지만 정 전 총리의 추격세에 따라 대선판이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전 총리 측은 이 지사와의 차별화를 통해 답보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 당내 대선 주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의 ‘어른’으로서 대선 경선 과열경쟁을 방지하고 원팀 정신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와도 만날 계획이다. 정 전 총리는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공식 출마선언을 검토 중이다.
정 전 총리 측 전략은 여권 내 1위 주자인 이 지사와의 경쟁을 부각시켜 현 구도를 ‘이 지사-정 전 총리’ 양강 구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6일 “경제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리더십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정 전 총리가 결국은 이 지사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 지사에 대한 당내 친문 의원들이 지닌 ‘불확실성’에 있다.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이 지사의 과열경쟁은 지금까지도 앙금으로 남아 있다. 반면 정 전 총리의 경우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정치적 경륜이 많기 때문에 친문 의원들과 정치적 결합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앞으로 정 전 총리는 메시지 경쟁을 통해 이 지사와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연일 이슈를 선점하고 있지만 때때로 정부와 결이 다른 주장을 하며 혼선을 초래한 적이 있기에 이러한 빈틈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독자 백신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이 지사가 러시아 백신 등을 경기도에 독자 도입하겠다고 주장하자 정 전 총리는 “중대본 회의에 나오지 않아 백신 상황을 모른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다.
정 전 총리는 차기 대통령에 대해서도 ‘경륜’을 내세우며 이 지사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단순히 인기가 있기보다는 많은 일을 해봤으면서 비전이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국민들이 공감한다”면서 “국민들이 (저를) 경륜 있고, 능력이 검증된 일꾼으로 생각해 주기를 기대하는 게 제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기’와 ‘경륜’을 대비해 본인의 강점을 부각한 것이다.
정책도 이 지사와 대비된다. 정 전 총리의 미래씨앗통장 제도는 출생 때부터 국가가 20년간 자금을 적립해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1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기본자산’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케티 교수는 기존 복지제도를 없애고 지급되는 기본소득으로는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맞서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 전 총리가 이 지사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지율을 10%대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 과제다.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은 아직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의원은 “시대정신에 맞는 메시지와 정책이 더욱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조금씩 지지율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