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의 세계적 위기 상황을 맞아 자국의 이익보다 인류의 보편적 건강을 우선한 통 큰 결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백신 지재권 면제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세계 공중보건 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라며 “백신의 공평함을 위한 역사적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초 화이자 등 자국 제약사의 이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지재권 면제에 소극적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타국에 백신 공급을 주저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국가에 자국산 백신을 제공하며 백신외교를 활발하게 펼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신외교로 조성된 중국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이들 국가의 여론을 되돌리려는 성격이 강하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면 제약사의 특허권 행사가 정지돼 복제약 생산이 허용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에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심각한 백신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에도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하루 확진자가 40만명을 넘어선 인도는 당장 백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하면 더 악화될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제약사 이익을 이유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반문명적일 뿐 아니라 인류애에도 반한다.
백신을 개발한 국가와 제약사의 이해 관계 때문에 백신 지재권 면제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시간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특별한 상황에선 특별한 조치가 요구된다. 벌써 특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사설] 美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인류애 위한 통 큰 결정
입력 2021-05-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