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2장에는 예수께서 베다니 나사로의 집에 초대돼 함께 잔치를 여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나사로의 여동생 마리아는 비싼 나드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의 발을 씻긴다. 마리아가 과소비한다는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예수께 헌신했던 이유는 뭘까.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그건 바로 주께서 주신 은혜에 대한 뜨거운 감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6일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교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과 고신교회 회복을 위한 특별기도회’에 설교자로 참석한 이 목사는 “나사로·마르다·마리아 삼남매에게 있어 인생의 분깃점이 있다면 나사로가 죽었다 살아난 것”이라며 “그때의 감격과 감사가 예수께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뜨거운 에너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신 목회자들이 이들 삼남매의 길을 걷길 원한다”며 “(우리 모두) 주님 주신 견딜 수 없는 뜨거움으로 신학교에 가질 않았나. 주님에 대한 감격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목사가 감격 없이 사역을 할 수 있겠느냐”며 “감격 없이 잔치만 여는 건 바리새인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분당우리교회가 추진 중인 ‘1만 성도 파송 29개 교회 분립’도 주님의 상상을 초월한 은혜에 떠밀려 하게 된 것이지, ‘한국교회를 살리겠다’ 등의 어떤 생각을 갖고 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많은 인사를 받는데, 제가 들을 칭찬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이 목사는 성도 파송 운동을 하는 지금이 자신의 생애 가장 위험한 시기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잘 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며 “하나님 주신 그 은혜의 감격을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인정받기 위해, 칭찬 받기 위해 향유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향유를 깨어 붓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가슴 터질 것 같은 감격에 순전히 드려지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이날 기도회는 고신의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2018년 창립한 고신포럼 주최로 기획됐다. 고신포럼 공동회장 권오헌 서울시민교회 목사는 “코로나19로 힘든 가운데 고신 교회가 기도의 불씨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도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기도회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목회자 및 장로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고신 교단 및 소속 교회, 지도자, 성도들을 위해 합심해 기도했다. 특별기도 순서 중 한 부분을 맡은 김희종 목사(고신총회 회록서기)는 “날 구원해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에 감격해 하나님 나라와 유익을 위해 썩어지는 밀알이 되게 도와달라”고 간구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