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스스로 부적격 장관 후보자 임명 철회 요구해보라

입력 2021-05-07 04:01
더불어민주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가족을 동반한 외유성 해외 출장, 도자기 밀반입 등 이들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이 국민 눈높이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경우는 지금까지 총 29번이다. 민주당은 늘 청와대 눈치를 봤고, 대통령의 뜻에 따랐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야당과 협치는 전혀 이뤄질 수 없었고,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이어지면서 ‘내로남불’ 정부라는 혹평을 받았다. 여당이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것도 이런 결과물이다.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민심의 뜻을 받들어 반성하고 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하면서 뭔가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에게 또다시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야 되겠는가. 당 지도부는 각 상임위원회 의원들의 의견부터 들어본 다음 이번 주 중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당론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강성 친문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단독 채택해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청와대와 강성 친문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것인가. 송영길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민주당의 내로남불 문화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청 관계에서도 ‘당 주도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최소한 1~2명에 대해선 부적격 청문보고서를 채택해 청와대에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여야 새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첫 현안인 만큼 향후 협치를 통한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서도 일방적인 강행 처리는 무리다. 국민의힘은 6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들 세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를 요구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정의당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임·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명 철회를, 노 후보자에 대해선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정했다.

이런데도 여당이 밀어붙인다면 국회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정국이 경색되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등 무게감과 여론의 관심이 큰 인사들의 인사청문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이번엔 꼭 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