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선심 정책을 최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아직 대선전이 본격화하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퍼주기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내년 선거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일 대학에 가지 않기로 선택한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5일 “징집된 남성들이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000만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둘러싼 양성평등 문제와 관련해 병역을 마친 남성들에게 군 가산점을 대신할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이지만 이것으로 병역과 관련한 남녀 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정세균 전 총리도 최근 모든 신생아에게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사회 초년생 때 지원하는 미래씨앗통장 제도 구상을 밝혔다.
여당 대권 주자들의 이런 공약은 4·7 재보선 패배로 확인된 청년층의 민심 이반을 염두에 둔 것이다. 대선전 득표에 다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사회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대증 요법이란 인상을 준다. 재원 대책도 병행되지 않아 국가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고려도 부족해 보인다. 취업난이나 집값 폭등에 대한 젊은층의 박탈감을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청년고용 대책, 주거안정 방안, 자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근로의 가치를 회복시킬 대안 등을 고민할 일이다. 일회성 자금 지원은 불공정과 불평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에 불과하다.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있어 공약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설익은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포퓰리즘 경쟁을 격화시킬 뿐이다. 야권 주자들까지 가세할 경우 내년 대선이 온통 인기편승주의 경연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재정이 풀려 국가와 경제에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이다. 나라 살림 걱정보다 당장 인기 끌기 좋은 돈 뿌리기에만 골몰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부적격이다.
[사설] 대권 주자들 퍼주기 경쟁… 내년 대선이 걱정이다
입력 2021-05-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