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8300년 전 3세 아이… 아프리카서 가장 오래된 무덤 발견

입력 2021-05-07 04:07
케냐 동굴에서 발굴된 7만8000년 전 소년 ‘음토토’의 유골 가상 복원도. 네이처 제공

케냐에서 약 7만8300년 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유아의 부분 유해가 발굴됐다. 이는 인류의 발상지인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무덤으로 추정된다.

과학 저널 네이처 등에 따르면 2.5~3세 유아의 것으로 밝혀진 이 유해는 케냐 동부해안 인근의 ‘팡가 야 사이디’ 동굴 입구의 중기 석기시대 지층에서 발견됐다. 유해는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올린 채 오른쪽으로 반듯하게 누운 상태였다. 머리는 썩는 물질로 된 베개로 받쳤고, 몸은 나뭇잎과 동물 가죽 등으로 꼭 싸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치아를 통해 확인된 특성이 호모 사피엔스와 일치해 현생인류 조상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이 유해는 2013년 첫 발견 뒤 4년 가까이 지난 2017년에 유아의 것이라고 밝혀졌다. 이때부터 이 유해는 스와힐리어로 ‘아이’를 뜻하는 ‘음토토’(Mtoto)로 불려졌다. 음토토가 누워있던 구덩이는 토양 분석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판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시신 위에는 동굴 바닥의 흙을 떠 덮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해 발굴 결과를 네이처 최신호에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팀은 “음토토가 속한 집단에서 장례 의식이 치러졌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이는 당시 선사 인류가 상징적 사고를 하고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고 밝혔다. 유럽과 중동지역에서는 현생인류 조상과 화석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이 약 12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선사시대 무덤 발굴이 드물며 음토토의 무덤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됐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