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무척 무서운 분이셨다. 교회에 나가는 어머니를 핍박하고 술을 드시면 우리들에게 밤늦게까지 벌을 주며 훈계하셨다. 이런 영향으로 학교에서도 늘 주눅들어 살았다. 겉으로는 교회에 다니는 착한 아이였지만 마음 속엔 분노, 죄책감, 미움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아버지 뜻에 따라 의대에 입학해 기독동아리에 들어갔다. 힘들고 바쁜 공부에도 주말에는 청년부 모임, 중고등부예배, 교사 모임, 주중에는 동아리 모임으로 정신없이 보냈다. 겉으로는 예수를 잘 믿는 의대생이었지만 실제는 바리새인과 같은 대학생활을 보냈다.
중요한 인턴시험, 의사국가고시를 앞두고도 신학대학생들과 같이 인도네시아 선교여행을 준비했다. 그런데 갑자기 시험체제가 바뀌며 의사고시에 불합격했다. 그러나 결코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예정대로 선교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의사를 찾는 다급한 방송이 나왔다. 의대생이 있다고 옆에서 외쳤지만 직접 진료해본 경험도, 의사자격증도 없어 나서지 못했다. 이 일로 응급환자를 돌보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해 추가로 치른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외과의사가 됐다. 교회에선 찬양팀과 셀 리더로 활동했지만 풀리지 않는 신앙적 갈등에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공황장애 증상이 있던 아내가 춘천 한마음교회 성도들의 간증영상을 보기 시작하더니 목사님 설교, 교회발간 책자, 방송 등에 집중하며 식사 때마다 간증을 틀었다. ‘혜은 엄마, 그만하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거 아냐’ 했지만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전도하는 청년들의 영상을 보는 순간 나는 부활을 알고 있지, 믿는 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됐다. 아내와 함께 교회를 찾아갔다.
예배와 간증에 집중하던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문득 예수님의 동생들이 생각났다. ‘형을 미쳤다며 무시하던 동생이 왜 마가의 다락방의 기도하는 사람들 중에 있었지.’ 순간 ‘아, 동생이 예수님의 부활을 봤구나. 부활은 사실이구나. 그래서 요나의 표적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다고 하셨구나.’ 도마도, 바울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즉시 뛰어나갔던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됐다. 지식이었던 부활이 실제가 되며 그동안 내가 주인 돼 살아온 것이 예수님을 죽게 한 죄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제가 사탄보다 악한 자였습니다. 제 것을 놓지 못하고 주님을 거부했습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은 이 죄를 용서해 주세요.’ 울부짖으며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예수님이 주인이 되니 미워했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회개하게 되며 단숨에 관계가 회복됐고 고통 속에 죽어가는 환자들에 대한 사랑이 부어지며 담대히 입술을 열기 시작했다. 전이성 난소암으로 한 달간 식사도 못하고 전신쇠약증세로 의식도 떨어진 환자는 복음을 듣고 바로 얼굴이 환해졌고 뇌출혈로 오랫동안 반응 없이 침상에 누워계신 큰 어머님은 복음을 듣고 눈을 깜빡거리는 사인으로 예수님을 영접하셨다. 환자에게 복음을 전하면 보호자, 다른 환자, 간호사까지 들을 수 있어 더욱 감사했다. 삶의 의욕까지 다 잃었던 아내가 나보다 먼저 건강과 웃음을 되찾아 함께 복음을 전하는 사명자의 삶을 살게 해 주신 주님이 너무 감사하다.
요즘 나는 암환자들의 가치 있고 멋진 여생을 위해 호스피스에 대해 공부한다. 이젠 한 영혼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명으로 새로운 인생 2막을 꿈꾼다. 온전히 주님에게 삶을 맡기고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며 오직 사랑으로 영혼들에게 다가설 것이다.
조영훈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