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무슨 달인가’ 하고 묻는다면 ‘가정의 달이다!’라고 성질 급한 사람들이 대답할 테지만, 검색해 보면 가정과 상관 없는 기념일도 많은 것이 바로 5월이다. 근로자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심지어 바다의 날도 있다. 이렇게 기쁨으로 때로는 묵직한 슬픔으로 기념할 날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5월이건만 나 같은 프리랜서들에게 5월은 무슨 달인가 하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확률이 높다. 바로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라고 말이다.
5월이 되자마자 내 주변의 부지런한 프리랜서들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년치 카드 내역과 통장 내역, 그 밖의 여러 가지 자료들을 바지런히 모아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일부 똘똘한 사람들은 놀랍게도 혼자서 신고까지 해내지만 나처럼 수에 약하고 계산에 겁이 많은 사람들은 세무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매년 5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숫자들을 연신 마주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소위 ‘5월의 언어’를 쓰는 사람이 된다. 평소라면 ‘나는 뮤지션이자 작가이고 제주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텐데 5월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게 된다. “저의 업종코드는 940100, 940301, 940304, 940903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매번 분에 넘치게 사느라 다 읽지 못하고 쌓아 놓는 것이 일입니다’라는 말도 ‘매달 지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서적 구매로 평균 20만원 정도를 지출합니다’라고 5월의 언어로 말한다. 그 외에도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지난 일년 동안 언제 성실했고 게을렀는지 등을 모두 5월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이 일년치의 숫자들은 그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가장 적나라한 일기장이 된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