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신학생과 목회자는 자기만의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는다. 책방에 채울 책을 사 모으는 걸 좋아하지 않을 리 없다. 지갑이 가벼워도 서점에 기웃거린다. 이른바 ‘지름신’이 충만해지면 물불을 안 가리고 책을 사기도 한다. 책장에 책이 충만하면 배부르다. 책을 읽는지 읽지 않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목사만큼 책에 대한 욕심이 많은 직업군은 별로 없으리라. 나도 한때 그랬으니 남 말할 것도 없다.
신학자의 삶은 서재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신학자에게 책은 총알이요, 밭 가는 쟁기이자 사냥하는 활과 같다. 신학자의 부인은 책만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가 적잖을 것이다. 서재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가족과의 시간을 넉넉하게 내지 못한다. 어린 자녀가 자라는 과정을 건너뛰기에 십상이다. 그럼에도 신학자의 일생은 책을 중심으로, 서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중견 신학자인 이상웅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가 삶의 거지반을 차지한 신학 서적과 서재를 중심으로 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모아 책을 냈다. ‘신학자의 서재’다. 책은 ‘서재’ ‘일상’ ‘책’ ‘신학’ 4부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저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글을 모은 것이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책에는 이 교수가 총신대 양지캠퍼스의 서재(교수 연구실로 무려 1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와 학내에서 일어난 사건이 곳곳에 등장한다. 손때 묻은 책 소개나 책과 관련된 뒷이야기, 저자와 저자의 학적 인맥 이야기도 조곤조곤 들려준다. 누구를 평할 때도 언제나 예를 갖추고 부드럽게 표현한다. 온화한 성품과 목회자의 기품이 글에 배어있는 듯하다. 책을 매우 좋아해, 애서가인지 소장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저자가 시력이 안 좋은 것은 책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도 모르겠다. 건강을 생각하며 공부하고 연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래전 내가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에서 유학할 때 학교 구내서점에서 전도서 12장 12절을 히브리어와 네덜란드 고어로 쓴 액자를 산 일이 있다. 귀국 후에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교수 연구실에 오랫동안 걸어놓았다. 어느 해 내 연구실에 비가 엄청나게 들이쳐서 그 액자는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이 교수에게도 이 말씀을 액자로 만들어 서재에 걸어 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서재에 들어갈 때마다 큰 소리로 복창해 보라고 말이다. 대신 책은 힘닿는 데까지 써보라고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