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시 이후 판매처를 늘려가고 있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무증상 확진자 대부분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사용과 더불어 제도적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증상 상태의 자교 학생 7189명을 대상으로 자가검체 방식의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한 결과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반면 7189명 중 무작위로 720명을 선정해 실시한 유전자증폭(PCR)검사에선 6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유병률을 0.86% 수준으로 추산했다. 즉 실제로는 62명의 확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그중 3%인 2명만 자가검사 결과 양성으로 드러난 것이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은 확진자들을 찾아내는 데 자가검사 방식의 신속항원검사가 적합하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검사 시기에 따라 위음성(가짜 음성) 판정을 받을 확률이 크게 달라지기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가검사를 진단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도 명시했다. 해당 연구는 공개 학술지인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 게재됐다.
자가검사키트의 신뢰성이 제조사들의 발표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는 지적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앞서 지난해 12월 SD바이오센서 제품을 검증한 결과 민감도가 41.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도 지난 1월 5~11일 입원 환자 100명가량을 상대로 시행한 연구에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PCR 검사의 17.5%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영국에서 나온 이번 연구 결과는 그 연장선에 있다. 3%의 민감도가 7000여명의 학생을 모두 PCR 검사한 결과는 아니지만,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은 확진자들을 자가검사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국내에서는 현장 수요도 애매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일 기준 72만개의 자가검사키트가 시중에 출고됐다고 5일 밝혔다. 이날 GS25를 시작으로 편의점에서도 판매가 시작됐지만 정작 일선 약국에선 반응이 시원찮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약국 관계자 A씨는 “문의는 종종 들어와도 실제로 키트를 구매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진구의 다른 약국 관계자 B씨 역시 “보건소에서 PCR 검사가 무료인데 자비를 내고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은 미지근한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올 여름방학 전까지 8주 동안 기숙학교를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 도입 시범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충북도도 같은 날 자가검사키트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의 사업장 종사자들과 응급 이송환자 등이 그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를 원칙에 맞게 신중히 활용하는 한편 제도적 보완조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들도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거나 이들을 추적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혁민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는 “(정확도에) 문제를 가진 검사가 아무런 보완책이나 사회적 안전망 없이 시중에 풀려버렸다”며 “위음성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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