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대하는 ‘최종병기’ 이영호 “보는 재미는 ‘스타’가 최고”

입력 2021-05-06 04:02
군 입대를 앞둔 프로게이머 이영호가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자택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실시간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계에서 ‘최종병기’로 통하는 이영호(28)가 6일 입대한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대회에서 임요환, 이윤열 등 e스포츠 초석을 다진 1세대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역사상 가장 화려한 대회 커리어를 쌓은 프로게이머다. 이영호는 2015년 12월 프로 생활을 마치고 인터넷 방송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5년 3개월간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프로 때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자택에서 만난 이영호는 스타크래프트가 ‘보는 재미’에서 여전히 최고라며 해맑게 웃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역을 앞둔 그에게 프로게이머·방송자키(BJ)로 활동한 소회, 전역 후 계획 등을 물었다.

-나이를 꽉 채워 입대하는데 걱정은 없는지.

“현역에 비해 몸이 힘들거나 그런 건 없어서 크게 걱정은 없다. 1년 9개월의 복무 기간 (방송을 통해) 게임을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 힘들 뿐이지 그 외엔 걱정이 없다.”

-많은 이들이 ‘스타크래프트’를 가장 잘했던 선수로 이영호를 기억하고 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지는 게 정말 싫었다. 승부욕이 센 만큼 연습량이 굉장히 많았다. 자기 전까지 스타크래프트 생각만 했다. 그렇게 조금씩 경험을 쌓고 배워가면서 나중엔 완전체 느낌으로 게임을 했던 거 같다.”

-선수 생활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예전에는 우승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제동이형형과 라이벌로 치열했던 그 시절이 그립게 느껴진다.”

-선수 시절의 팬과 방송인으로 활동할 때의 팬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선수 때는 여성 팬도 많았고, 충성도가 높았던 것 같다.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지금 팬들은 실시간으로 소통하다 보니까 친구 같은 느낌이다. 팬이라기보다는 친구, 동반자 느낌이 강하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언제까지 갈까.

“예전 전성기에 비하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보는 재미’는 스타크래프트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이 나이가 들었지만 게임을 못하지 않는 한 이 게임은 계속 가지 않을까 싶다. 명경기가 나오는 재밌는 게임이 실제 많지 않다.”

-e스포츠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저는 e스포츠가 스포츠를 뛰어넘을 거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 e스포츠에 더 많은 투자가 들어올 거다. 유능한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더 재밌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역 후 계획은?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계속하고 싶다. 저는 돈을 충분히 벌어도 스타를 평생 하고 싶다고 항상 얘기한다. 한편으로 ‘최초’란 말을 좋아해서 e스포츠계에 남기고 싶은 게 있다. e스포츠에 애정이 많고 저를 먹고 살게 해준 게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업계인으로서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젊음을 게임에 불살랐는데 못해봐서 아쉬운 게 없는지.

“대학생으로 학교를 다녀보지 못한 게 아쉽다. MT도 못 가봤다. 그런 거 말고는 원채 ‘집돌이’다. 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살고 있다. 나중에 좋은 집에 컴퓨터 5대 놓고 친구들과 과자 먹으면서 게임만 해도 즐거울 거 같다.”

-팬들이 수술한 팔 걱정을 많이 한다.

“팔은 계속 안 좋다. 쉬면 조금 낫긴 한데 더 좋아지긴 어려운 상태다. 다른 건강은 대체로 괜찮다.”

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