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힘, 적지서 2연승 불끈

입력 2021-05-06 04:06
안양 KGC 선수단이 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전주 KCC를 상대로 2020-2021 현대모비스 남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승리한 뒤 코트 위에 모여 자축하고 있다. 양 팀은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3차전을 치른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설 교수’ 제러드 설린저의 휴강에도 안양 KGC는 강했다. KGC가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를 상대로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힘껏 잡아당겼다.

KGC는 어린이날인 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남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홈팀 KCC에 77대 74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1차전 대패에 자존심이 상한 KCC가 강력하게 반격했지만 역전을 거듭한 승부 끝에 웃은 건 도전자 KGC였다. 안방 안양에서 이어질 2연전마저 가져온다면 그대로 우승이 확정된다.

시작부터 홈팀 KCC는 칼을 갈고 나왔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장점인 강력한 전방 압박과 속공이 살아나면서 거침없이 달렸다. 1차전에서 부진한 이정현은 작심하고 나온 듯 날카로운 슛감을 보여주며 전반에만 3점 외곽포 5개를 터뜨렸다. 라건아 역시 설린저를 상대로 포스트를 장악하면서 왜 자신이 국내 최고의 빅맨으로 불려왔는지를 보여줬다.

반면 KGC는 전반 선수들의 슛이 부정확했다. 플레이오프(PO) 내내 활약한 NBA 출신 설린저는 이날만큼은 득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시 PO 내내 불을 뿜은 슈터 전성현도 KCC의 강한 압박 탓인지 제 기량을 발휘 못 했다. KGC 플레이메이커 이재도의 3점과 돌파가 아니었다면 경기는 일방적으로 흐를 뻔했다.

경기 흐름이 뒤바뀐 건 3쿼터였다. 6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이재도는 3점을 성공시킨 뒤 화려한 유로스텝(한 걸음씩 좌우로 크게 드리블 방향을 흔들어 골밑을 돌파하는 기술) 슛을 선보이며 상대를 따라갔다. 여기에 변준형이 속공을 연달아 성공하면서 처음 점수를 역전시켰다. KCC는 정창영의 득점으로 곧바로 점수를 뒤집었지만 KGC 설린저가 자유투로 재역전을 이뤄냈다. 변준형이 이어 설린저의 패스를 받아 3점을 성공시키며 KGC가 6점차로 앞서갔다.

마지막 4쿼터의 주인공은 변준형이었다. KCC 이정현이 또다시 3점 2개를 성공시키며 추격에 불을 붙였지만 변준형은 곧바로 상대 수비 정창영을 앞에 놓고 그림 같은 스텝백(한 발 뒤로 물러서며 슛하는 기술) 3점을 꽂아 상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세근과 문성곤의 골밑 장악력도 이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이후에도 변준형은 속공 상황에서 돌파 뒤 반대편에서 들어오던 오세근에게 허를 찌르는 패스를 넣어 점수를 3점차로 벌렸고 승부는 그대로 결정됐다.

김승기 KGC 감독은 경기 뒤 변준형을 드리블로 유명한 NBA 스타 플레이어 카이리 어빙에 빗댔다. 그는 “변준형이 오늘처럼만 해주면 ‘코리안 어빙’”이라면서 “KCC가 설린저와 전성현을 잡으러 나온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도, 변준형, 오세근이 주도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전창진 KCC 감독은 “정리하기 아까운 경기”라면서 “(변준형의) 슛 2개 때문에 흐름이 넘어가고 그 2개 때문에 졌다”며 아쉬워했다.

KGC는 이날 승리로 역대 처음으로 단일 시즌 플레이오프(PO) 8연승 대기록을 작성했다. 과거 울산 현대모비스가 4강 PO부터 7연승으로 PO 무패 우승을 한 적은 있지만 6강 PO를 거친 팀 중에서는 비교할 예가 없다. 반대로 KCC는 정규리그 우승에도 불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역대 6번째 홈 1·2차전을 내준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두 팀은 이틀 뒤인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3차전을 벌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