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소비·수출 호조에도… ‘고용 없는 경기 회복’ 우려

입력 2021-05-06 04:02

국내 생산·소비·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만은 전망이 밝지 않다. 앞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각각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각각 약 2년, 1년이 걸렸는데, 코로나 위기에서는 비대면 경제구조의 활성화로 인해 ‘고용 없는 회복’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월 고용동향’에서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만4000명 증가하면서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끊었다. 정부는 방역상황 개선,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 흐름에 따라 고용 회복이 시작됐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월 고용동향을 일종의 착시로 보고 있다. 지난해 고용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정부의 재정 일자리 정책으로 전체 취업자 수를 끌어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5일 “지난해 취업자 수가 워낙 큰 폭으로 감소해 당분간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각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회복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업종별 취업자 수, 연령대별 취업자 수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필요한데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업종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다. 이들 업종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각각 16만8000명, 2만8000명이 줄어들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령대별 취업자 수 추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60대 이상 취업자 수 증가에만 기대는 상황이다. 지난 3월 60세 이상에서 40만8000명이 늘며 전체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었을 뿐 경제의 허리인 30대와 40대는 각각 17만명, 8만5000명이나 줄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핵심노동인구의 고용둔화는 성장 잠재력 약화, 노년 부양 부담 가중 등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일시휴직자와 실업자 복직이 얼마나 진전되고 있는지도 관건이다. 일시휴직자의 복직이 먼저 이뤄진 뒤 신규 채용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많이 증가한 청년층 구직단념자 숫자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는 확산세나 백신 상용화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경제위기 상황보다 회복 기간 예측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의 특성상 장기적 고용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재택근무와 자동화, 온라인소비 등의 확산으로 실직자가 직장 복귀와 신규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대규모 장치 산업 관련 제조업 등 ‘고용유발계수’가 떨어지는 부분에서 생산이 늘고 있다는 점, 전 산업에 걸쳐 자동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고용 창출 없이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장기적으로는 고용 친화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 노동시장 제도 개선, 고용안전망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센터장은 “코로나19가 극복된다고 하더라도 도소매업 구조조정이 지속할 가능성은 크다”며 “이전 경제 위기와 양상이 다른 만큼,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