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미국이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 결정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와 AFP 등에 따르면 4일(이하 현지시간)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은 경제 단체 화상 간담회에서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 자동차 업체에 우선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단 하루도 압박을 멈춘 날이 없다”고 밝혔다.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독려해 왔다. 지난달엔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IT·반도체 기업 19개가 참여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내 투자를 주문했다. 또 지난달 31일엔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500억 달러(약 56조4500억원)를 반도체 분야에 투입한다고도 밝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투자 요청에 글로벌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TSMC는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에 1개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미국에 5개의 공장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올 초 미국에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계획을 내놓은 바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 금액이 최대 5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 전후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이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투자 결정권을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산업계는 신차 수요 급증으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가전회사들은 공장 가동 중단사태를 맞기도 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부 기업들이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고자 주문을 크게 늘린 탓에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됐다고도 지적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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