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다른 개를 해쳤을 때, 주인에게는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이 소형견을 물어 죽인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이 견주에게 실형을 구형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반려견은 ‘물건’으로 규정되는 만큼 실형은 과하다는 의견과 함께 생명체를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모(76)씨에게 재물손괴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에서 자신의 로트와일러를 입마개 없이 데리고 나갔다가 스피츠를 물어 죽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가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법이 개를 ‘물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씨 측 역시 “개가 개를 문 사건일 뿐인데 언론 보도로 주목을 받아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판례와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현행법상 개가 개를 물어 죽였을 때 실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실제 개가 다른 개를 해친 것만으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인 만큼 반려동물 사망 시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돼 실형이 선고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음의 조찬형 변호사는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기 때문에 보통 그 손해에 대한 처벌과 보상만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월인의 채다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개가 개를 물어 죽이면 벌금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실형을 구형한 데는 동종 사건 전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씨의 로트와일러는 이전에도 세 번에 걸쳐 소형견을 물어 죽이거나 물었던 적이 있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됐음에도 입마개를 씌우지 않고 개를 방치한 건 고의성이 짙다고 볼 수 있어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구형됐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공간의 김한규 변호사는 “동종 전력이 있으면 책임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고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이씨에게 6개월 이상의 구형도 가능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이지만, 반려동물을 죽인 사람에게 실형이 선고된 판례도 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주차장에서 길을 잃은 강아지가 짖는 것에 분개해 강아지를 발로 걷어차고 짓밟아 죽인 혐의(재물손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범행이 다분히 고의적이었고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가 드러났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과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생명체인 개를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만큼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법무부에선 지난 3월부터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채 변호사는 “법조계 내부에서도 생명이 있는 동물을 물건으로 봐도 괜찮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동물 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런 사회적 인식이 구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도 “동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사법적으로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