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더 벌어진 학습격차 해소 위해 좋은교사들 ‘기초학력 구출 40일 프로젝트’

입력 2021-05-06 03:04

“내일은 가족들과 봄나들이 가는 날이에요….(중략) 새싹, 꽃, 다람쥐를 만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레요.”

‘봄나들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읽는 데 45초밖에 걸리지 않는 여섯 문장짜리 짧은 글인데 단계에 맞춰 읽어야 한다. 먼저 선생님이 읽으면 학생들은 눈으로 글을 읽는다. 다음은 2명씩 짝을 지어 한 문장씩 읽도록 한다. 마지막은 혼자 읽는 시간이다.

읽기유창성 교육 자료 ‘따스함’의 봄편 중 ‘봄나들이’ 교육 내용이다. 교육 자료는 기독교사연합 좋은교사운동이 만들었다.

좋은교사운동 회원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인 배움찬찬이연구회는 2017년부터 아이들의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읽기유창성과 곱셈구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재는 교사선교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 템북에서 발행했다. 좋은교사운동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김중훈 교사는 읽기유창성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영어 문장을 예로 들었다. 김 교사는 “영어 문장을 읽을 때 모르거나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 못한다. 한글도 마찬가지”라며 “읽는 게 편해지면 문장을 이해하는 데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문장 이해 능력이 늘면 학습 능력이 높아진다는 개념이다.

곱셈구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노래처럼 암기하던 구구단도 곱셈 원리로 설명한다. 6개씩 두 줄로 늘어선 블록의 개수를 하나씩 세며 더해도 12개지만, ‘6개×2줄’을 해도 12개로 같은 답이 나온다는 식이다.

이미 성과는 나왔다. 지난해 10월 인천교육청은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40일간, 읽기유창성과 기초연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같은 글이라도 프로젝트 시작할 때보다 40일 뒤 11.52개 단어를 더 많이 읽었다. 1분간 10이하의 숫자로 구성된 덧셈과 뺄셈 문제 풀이도 프로젝트 시작 전보다 각각 2.51개, 1.3개 더 많이 풀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 김유원 교사는 “친구들끼리 짝을 지어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서로 읽도록 했다”며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줌으로 따로 만나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좋은교사운동 회원이자 배움찬찬이 연구원이다.

효과를 경험한 좋은교사운동은 코로나19로 발생한 학습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정의 달인 5월 기아대책본부와 함께 ‘우리반 기초학력 구출 40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김중훈 교사는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어주고 책을 사줄 여유가 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아이들은 학습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학교에서 채워주던 기회마저 코로나19가 박탈했다”며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농·산·어촌 및 도시 취약 지역의 학급 100여곳에서 신청을 받아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미 좋은교사운동은 해당 담임교사에게 사전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연수를 받은 교사는 주 3회 15분씩, 40일간 학급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한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학생용 교재 구입비와 담임교사 연수비는 기아대책에서 전액 지원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