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접종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여오기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북·중 국경 봉쇄 조치에 만성화된 전력난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당초 계획보다 백신 도입이 늦어졌다는 평가다.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장이 “북한은 코백스 가입국으로서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기술적인 요건을 따르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기술적인 요건’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백신을 보관하고 유통하는 데 필요한 냉장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코로나19 접종 백신보다 보관이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냉장 상태로 보관·유통해야 한다”며 “북한이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국제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배분 협의체인 코백스퍼실리티는 지난 2월 백신 배포 잠정계획을 공개하면서 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9만2000회분(99만6000명분)이 올 상반기 내 북한에 공급된다고 밝혔다. 코백스는 이 중 170만4000회분(85만2000명분)을 이달까지 북한에 전달하기로 했으나, 운송 문제 등으로 공급이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국경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고 가뜩이나 낙후한 보건의료 시스템이 전력난으로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백신 수급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외부물자 반입 최소화에 전력난으로 냉장시설을 원활히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백신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2월 공개한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북한 주민은 26%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시골의 경우 이 비율이 11%에 그친다. 북한 주민 네 명 중 한 명만 전기를 사용할 정도로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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