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아브라함, 전쟁이 끝난 후

입력 2021-05-07 18:14

소돔성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대적들에게 잡혀갑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브라함은 급히 군사를 이끌고 나가 대적과 싸워서 대승을 거둡니다.

아브라함이 승리하고 돌아올 때 아브라함 앞에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 인물은 멜기세덱 제사장입니다.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을 축복해 줍니다. “너희 대적을 네 손에 붙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20절) 승리의 기쁨에 도취해 있을지도 모를 아브라함에게 멜기세덱은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일깨워 줍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대적을 물리쳐 주신 분입니다. 전쟁은 아브라함에게 달린 것도 아니고, 사람에게 달린 것도 아니고 살아계신 하나님께 달렸습니다. 아브라함이 전투에서 승리한 것도 아브라함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 덕분입니다.

그다음에 소돔왕이 등장합니다. 소돔왕은 아브라함에게 대적들한테서 빼앗은 재물들을 다 가져가라고 말합니다. 이건 상당히 솔깃한 제안입니다. 소돔은 재물이 풍성하고 잘 사는 성읍입니다. 그 재물들을 아브라함이 다 차지한다면 아브라함은 금방 부자가 되고, 일생 재물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소돔왕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내가 소돔 사람들의 것은 실오라기 하나, 신발 끈 하나라도 절대 가져가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혹시라도 소돔왕 덕분에 부자가 됐다는 말을 들을까 염려했습니다.

재물은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불안과 염려를 안겨 주기도 하고, 한 영혼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재물의 유혹을 단호하게 뿌리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저런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중에는 멜기세덱도 있고 소돔왕도 있습니다. 소돔왕은 여러분에게 “다 차지해라. 내 것까지 다 가져가라”고 말합니다. 언뜻 들으면 나를 위해 주는 사람 같고, 참 고마운 사람 같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사람은 나의 믿음을 흔드는 사람이고, 나를 유혹하는 사람이며 나의 욕망을 부추겨 다툼과 분쟁과 파멸로 이끄는 사람입니다.

멜기세덱 제사장도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네 힘으로 한 게 아니다.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찬양을 드려야 된다.” 이것은 잠깐 우쭐한 마음으로 교만에 빠져 있던 우리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하는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나를 위하는 사람이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멜기세덱 제사장의 축복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하나님,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옵소서.” 둘째, “너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양하라.” 여기에서 ‘복을 주옵소서’라는 말과 ‘찬양하라’는 말이 히브리어로는 똑같이 ‘바루크’입니다. 바루크는 찬양하다,복을 주다의 뜻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은 복을 받습니다.

내가 대적을 물리친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대적을 물리치게 해 주셨습니다. 내가 내 힘으로 풍족해진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나를 풍족하게 해 주셨습니다. 내가 스스로 건강해진 게 아니고 하나님이 나를 건강하게 하셨습니다. 내가 구원받는 것도 내 공로가 아니고 우리 예수님의 십자가 공로입니다. 모든 것이 내 공로가 아니고 하나님의 공로입니다. 이걸 깨달을 때 우리 입술에서 감사와 찬양이 터져 나옵니다. 이렇게 찬양을 드리는 사람은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의 복을 누리게 됩니다.

오종윤 군산 대은교회 목사

◇군산 대은교회는 어르신들이 대다수인 농촌교회입니다. 오종윤 목사는 ‘구약문지방넘기’ ‘누가복음에 풍덩’ 등 성도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성경 해설서를 여러 권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