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여년간의 중국 기독교 역사를 가정교회(미등록 지하교회)에 초점을 맞춰 정리한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중국의 대표적 가정교회인 청두 이른비성약교회를 이끄는 왕이 목사의 ‘십자가를 짊어지고’(서로북스)다.
책은 왕 목사가 2018년 이른비성약교회 성인 주일학교에서 했던 강의를 녹취해 정리한 것으로 1807년부터 그해까지 211년간의 중국교회사를 다룬다. 당나라 시대 경교(景敎)란 이름으로 전래돼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국 기독교지만, 그가 1807년을 중국기독교사의 기점으로 삼은 건 중국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로버트 모리슨이 그해 중국 땅을 밟았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의 교회사를 2018년까지만 다룬 건 왕 목사의 개인적 사정과 관련이 있다. 그는 국가전복선동죄와 불법경영죄 혐의로 2018년 12월 9일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왕 목사가 그간 가정교회의 공개화를 추진하고 중국 정부의 ‘종교사무관리조례’에 저항한 게 문제가 됐다. 이듬해 청두고등법원은 두 혐의를 인정해 그를 징역 9년에 정치 기본권 박탈 3년, 벌금 5만 위안을 선고했다.
책은 모리슨 선교사의 중국 선교와 가톨릭과 개신교 선교의 차이점,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기독교 및 삼자교회와 가정교회의 차이점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자치(自治)·자전(自傳)·자양(自養)이란 3대 원칙을 지키는 교회로 당에 협조적인 삼자교회와 가정교회의 근원적 차이를 강조한다. 왕 목사는 “1949년 공산당이 교회에 개입하기 전부터 중국교회에는 이미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두 가지 맥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가정교회는 근본주의에서 파생됐고, 삼자교회는 자유주의 계열에서 나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현 가정교회는 삼자교회보다 복음주의적 성향을 띄며 성경과 기도, 전도와 평신도 위주의 신앙운동을 강조한다.
책은 문화대혁명 당시의 중국교회 상황도 전한다. 문혁이 시작된 66년부터 79년까지 중국에선 단 하나의 지상교회도 생존할 수 없었다. 대신 기독교인이 신앙을 비밀리에 지속하기 위해 지하로 들어간 가정교회가 성행했다. 이들은 보통 새벽 2~3시에 굴이나 지하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지켰다.
최근 지속된 중국 당국의 탄압에도 중국 기독교의 미래에 희망을 품는 왕 목사의 모습에서 한국교회가 배울 점이 적잖다는 게 국내 목회자의 의견이다. 곽승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 추천사에서 “핍박과 압제 가운데 순수한 신앙을 지킨 중국 가정교회 이야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앙의 민낯이 드러난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적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