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꿈은 논산 육군훈련소 안에 있는 연무대군인교회에 파이프오르간을 짓는 일이다. 나는 이전까지 군선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군선교에 뜻을 품고 기도하는 세 사람을 만나게 됐다. 김준성 과학원(KAIST)교회 목사님과 홍상표 겨자씨교회 목사님, 그리고 전 육군훈련소장인 구재서 장로님이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계기로 연무대군인교회에 파이프오르간을 짓는 일을 꿈꾸다 만났다. 김 목사님은 28년 전 강원도 철원에서 군목으로 근무하셨다. 그는 파이프오르간과 어떤 인연도 없었지만, 군대를 떠나면서 뜬금없이 “하나님, 제가 언젠가는 군인 청년들을 위해 파이프오르간을 헌신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이후로 늘 그 마음을 품고 살아왔다.
홍 목사님은 부대로 둘러싸인 동네에서 자란 환경 탓에 어린 시절 군대 안의 교회를 다니며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 영향인지 군선교에 비전을 품은 목사님은 매주 2000여명분의 와플을 만들어 육군훈련소를 찾는다. 덕분에 ‘와플 목사’란 별명도 생겼다. 군선교를 하면서 홍 목사님은 군인들에게 영성 가득한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
구 장로님은 2018년 연무대군인교회가 새 예배당을 봉헌할 때 육군훈련소장이었다. 원래는 그 전해에 임기가 끝나 훈련소를 나와야 했지만, 교회를 짓는 일을 마무리하라는 뜻에서 국방부가 1년 연임을 결정했다. 군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이 서로 연결돼 지난해 처음 만나 각자 막연하게 꿈꿔 왔던 연무대군인교회에 파이프오르간을 짓는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만남과 기도를 이어 오다가 지난 3월 처음으로 함께 연무대군인교회를 찾았다. 군 교회 담임인 군목 김영호 목사님은 처음엔 “우리 연무대교회에서 이뤄지는 예배형식에 오르간이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잠시 침묵하셨다. 그러다 다음과 같은 얘기를 조심스레 건넸다.
“이곳에서 세례를 받는 훈련병들이 1년에 6만명 정도입니다. 세례는 우리 연무대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세례를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거룩한 예식에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한 소리가 예배당 가득히 울려 퍼진다면 그 은혜와 감격이 한층 더할 것 같네요.”
그 순간 교회를 찾아간 네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곳에 파이프오르간을 지어야 하는 이유의 답을 찾은 것이다. 프리즘을 통해 빛의 색깔을 알 수 있듯이 청년들이 세례를 받을 때 오르간이란 프리즘을 통해 하늘의 소리 색깔을 맛볼 수 있다면 그 은혜와 감동은 더해질 것이다. 우리는 더 확고한 사명감을 안고 돌아왔다.
연무대군인교회는 60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큰 교회다. 비용 홍보 등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고 말씀하셨다. 이전에 세워진 파이프오르간도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나씩 완성해왔다. 각자 주어진 사명을 따라 순종하며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그저 지켜볼 뿐이다.
정리=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