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반 출장엔 “관행” 밀수 의혹은 “집에서 사용”… 황당 해명

입력 2021-05-05 04:07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비 지원 해외출장 당시 가족을 동반한 사실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사실상 ‘학계의 관행’이라고 답변했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고가 도자기 및 장식품 ‘밀수’ 의혹에 “영국 집에서 쓰다 귀국하면서 이삿짐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장관 후보자들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이런 부적절한 해명을 계속하자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여당 일부에서도 후보자들의 처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수 시절 남편과 자녀가 국비 지원 해외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질문이 쏟아지자 “사려 깊지 못했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학계의 관행이냐는 질문에 “학술대회에서 그런 문구를 넣는 이유가 연구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도 있다”며 가족 동반이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임 후보자는 남편이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는 “남편이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논문 작성에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남편 승진에 기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논문 없이도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배우자의 도자기·장식품 밀수 의혹과 관련해 “사려깊지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집에서 사용한 물품이라는 기존 해명을 반복했다. 그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자료에서는 구입한 물품이 커피잔 약 400개를 포함해 총 1250개이며, 구입가격은 1~20파운드(1500원~3만원)라고 밝혔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박 후보 배우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을 보여주며 “얼핏 봐도 수천 점이 넘는데 집 장식으로 사용했다는 게 맞나. 궁궐에서 살았느냐”고 몰아세웠다.

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몸을 낮췄지만 국민의힘은 이들의 공직자 자질이 부족하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성중 의원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임 후보자가 정부조직을 어떻게 끌고 갈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안병길 의원은 박 후보자에 대해 “해수부 장관은 밀수품을 단속하는 해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수사 의뢰를 해서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결격사유는 아니라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후보자들의 답변을 문제삼기도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 후보자의 가족동반 해외출장에 “공적 활동을 할 때 가족을 대동하는 것에는 국민적 정서가 열려있지 않다”며 “설사 자비라고 해도 바람직하지 않게 여긴다. 이런 건 겸허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에서는 두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박원석 정의당 사무총장은 “국민 눈높이 기준에서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당내 다수”라며 “다른 야당도 어렵다고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백상진 오주환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