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65)가 아내 멀린다 게이츠(56)와 결혼 27년 만에 이혼을 선언했다. 두 사람이 공동설립한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 재단은 이혼 후에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이혼에 따라 세계 4위 억만장자로 꼽히는 빌의 막대한 재산이 어떻게 분할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게이츠 부부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게시한 공동선언문에서 “우리 관계를 두고 오랜 시간 생각과 노력을 해온 끝에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앞으로도 (빌앤드멀린다) 재단에서 함께 일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는 더 이상 믿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부부는 큰딸 제니퍼(25)와 아들 로리(21), 막내딸 피비(18)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제니퍼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며 “우리가 각자 인생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동안 사생활을 보호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멀린다가 MS에 입사하던 1987년 처음 만나 7년 만인 94년 결혼했다. 75년에 MS를 공동창업한 빌은 결혼 당시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었다. 멀린다는 빌이 결혼할지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했으며 침실 화이트보드에 결혼의 장점과 단점을 빼곡히 적어 놓기도 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이 전격 이혼을 선언한 이후 멀린다가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과거 언론 인터뷰가 재조명받고 있다. 멀린다는 결혼 25주년인 2019년 선데이타임스 인터뷰에서 결혼생활이 “놀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남편이 하루 16시간씩 일하느라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멀린다가 남편 빌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멀린다는 2019년에 발간한 저서에서 빌앤드멀린다 재단의 연례서한을 누가 쓰는지를 두고 부부싸움을 한 일화를 공개했다. 글로벌 이슈와 재단 운영 방향에 대한 게이츠 부부의 입장을 담은 서한은 매년 빌이 작성해왔는데 2013년에 멀린다가 공동작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부는 논쟁 끝에 서한은 빌이 작성하는 대신, 멀린다는 별도의 글을 따로 써서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2015년도 서한은 부부가 공동 서명했다. 멀린다는 저서에서 “빌은 지금까지 서한 작업이 잘 이뤄졌는데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그는 어떻게 해야 (나와) 동등한 것인지,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한 발 더 올라가 그와 동등해질 수 있을지 배워야 했다”고 회상했다.
빌의 재산은 포브스의 실시간 세계 억만장자 순위 기준 1305억 달러(약 146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HM)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이어 세계 4위 억만장자로 꼽힌다.
두 사람이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빌은 그의 재산을 전담 관리하는 투자업체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세계 알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면서 미국 최대 농장 소유주에 오르기도 했다. 시애틀 교외에 위치한 6000㎡ 규모의 대저택을 처분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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