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아파트 포기 빌라로 몰린다

입력 2021-05-05 04:04
서울 동대문구 용두역·청량리역 역세권 일대 연립 다세대 주택. 연합뉴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주택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들이 빌라(다세대·연립주택)로 몰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2월 정점에 도달한 이후 ‘거래 절벽’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빌라 거래량만 지난해 연말 공황구매(패닉바잉)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4공급대책 발표 이후 현금청산 우려로 빌라 거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수요자의 유입으로 오히려 거래량이 증가한 것이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4일 현재 총 3217건이었다. 아파트 매매 건수(1450건)보다 2.2배 많은 것으로, 통상 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보다 2∼3배까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이런 경향은 올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지난 1월 5883건으로 아파트(5771건)을 앞지른 후 2월에도 4422건으로 아파트(3854건)와의 격차를 벌렸다. 지난 3월에는 5056건으로 아파트(3730건)를 크게 앞질렀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세가 뚜렷한 상태다. 집값 단기 상승에 의한 피로감에 절정에 달한 가운데 2·4 공급대책 발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로 인한 혼란, 대출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 거래가 늘고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풍선 효과’가 감지됐다.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량이 증가한 것도 결국 서울 아파트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빌라로 몰리는, 또 다른 종류의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평균 매매가는 2억6862만원이고 특히 서울 동북권은 2억3282만원이다. 빌라 평균 매매가격도 상승세지만, 1분위(하위 20%) 평균만 5억원을 넘어선 아파트에 비하면 문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빌라 거래량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4공급대책이 발표돼 다세대·연립주택 현금청산 우려가 커진 게 원인이다. 실제로 2월 거래량(4442건)은 전달 보다 1400건 가까이 감소했지만, 그래도 연말 패닉바잉이 시작되기 직전인 11월(4347건)보다 많았다. 실제로 3월부터 바로 거래량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2·4대책 공공사업이 진행될 경우 정부가 현금청산하겠다는 기존 견해를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도 몰렸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